하지만 나는 그런 걸 알면서도...
사랑이란 말이 우리 사이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너는 언제나 제시간에 떠났고,
나는 늘 한 발 늦게 고개를 돌렸다.
우리는 따뜻한 것을 나누지 않았고,
대신 조용한 그림자만 주고받았다.
그래서인지 나는 아직도,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면
그 말을 믿기보다 네 어깨에 얹힌 서늘한 바람을 떠올린다.
이런 사랑은 아름답지 않아.
끝에는 아무것도 없고,
남는 건 갈라진 손등, 타버린 폐,
그리고 다시는 고개 들 수 없는 비참함뿐.
하지만 나는 그런 걸 알면서도
다시 돌아간다면,
또 너를 사랑했을 거다.
그러니까 나는 구제받지 못한 사람이다.
사랑이 아니라 죄로,
너를 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