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없애고 싶었다.

그러나 나 또한 네가 살아있었던 증거였기에.

by 이브 Eve

네가 준 편지를 다 찢었다.

네 사진을 찢고 태우고 침 뱉었다.

네가 줬던 옷은 쓰레기봉투에 넣고 구겨 밟았다.

네 목소리가 녹음된 파일은 삭제했고,

그 위에 아무 의미 없는 소리를 덮어씌웠다.

너를 닮은 노래는 플레이리스트에서 다 없앴다.

네 이름이 나오는 책은 찢어서 창밖으로 던졌다.

너와 갔던 식당, 카페, 거리, 골목, 전부 외운 길인데도

다신 가지 않았다.


지워야 하니까.

없애야 하니까.

죽여야 하니까.

그렇게 해야 살아질 줄 알았다.

근데 어느 날

네가 나를 부르던 말투 하나가

불 꺼진 부엌에서 환청처럼 튀어나왔다.

나는 소름이 돋았고

또한 눈물이 났다.

너는 없는데

아직도 내 안에 살아 있었다.


그래서 나는 미쳐버렸다.

다 찢었는데,

다 없앴는데,

다 망가뜨렸는데.

왜 사랑만 남아 있는 건데.

왜 너만 계속 살아 있는 건데.


나는 내 사랑을 죽이려다

내가 먼저 죽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사랑이라는 건.

죽어도 끝나지 않는 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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