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끝을 네가 감당해야 했는데.
네가 사라진 침대에 누워보았어.
베개는 네 모양대로 움푹 패여 있었고,
이불은 아직도 너를 감싼 듯한 온기를 머금고 있었어.
나는 아무 말 없이 그 위에 천천히 누웠어.
네 냄새가 나더라.
말없이 내 곁을 떠났던 사람의 잔향.
그걸 맡으며 나는 이상한 기대를 했어.
꿈에서라도 네가 나올까 싶어서.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았어.
그런데 아무 꿈도 꾸지 못했어.
아무 장면도 없었고, 새하얀 배경에서 나는 홀로 서 있었어.
숨소리도, 대사도, 장면도 없이 그냥 텅 빈 공간.
나는 그 안에서 멍하니 너를 기다렸지만, 넌 오지 않았어.
그렇게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이해할 수 없는 비참함에 눌려 있었어.
이건 내가 느껴야 하는 감정이 아닌데.
그 모든 끝을 네가 감당해야 했는데.
왜 나는 지금도 네가 자던 자리에서,
네 냄새에 기대 울고 있는 걸까.
왜 이 고요한 무너짐은 늘 나의 몫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