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응석 부려서.
오늘은 술을 마셨다는 핑계로 너에게 연락했어.
사실은 두 모금도 못 넘겼고,
한참 전부터 속이 울렁거려서 거의 안 마셨는데,
네 이름이 자꾸 입안에 맴돌아서 결국 문자 하나 보냈고,
네가 답장을 주자마자 술은 다 깼지만,
그래도 그냥 취한 척해봤어.
일부러 오타도 내보고, 괜히 의미 없는 질문을 반복하고.
나는 그냥 그렇게라도 너와 더 오래 대화하고 싶었어.
솔직한 말 하나도 못 꺼낸 채.
네가 내 말투에서 진심을 눈치채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어쩌면 눈치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애매한 말들을 늘어놨어.
그러다 문득, 너에게
“너는 왜 나한테 잘해주는 거야?”라고 물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어.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너는 왜 나를 사랑하지 않아?”였는데,
나는 그걸 말할 수 없어서, 대신 취한 척으로 덮었어.
웃으며 이어 답장했어. “미안해, 나 오늘 좀 이상하지?”
이어 답장을 하고 나니 괜히 더 슬펐어.
나는 솔직한 사람이 아니라.
그냥 네 앞에서만 조금 더 투명해지고 싶었던 사람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