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를 사랑하지 않아?

미안해, 응석 부려서.

by 이브 Eve

오늘은 술을 마셨다는 핑계로 너에게 연락했어.

사실은 두 모금도 못 넘겼고,

한참 전부터 속이 울렁거려서 거의 안 마셨는데,

네 이름이 자꾸 입안에 맴돌아서 결국 문자 하나 보냈고,

네가 답장을 주자마자 술은 다 깼지만,

그래도 그냥 취한 척해봤어.

일부러 오타도 내보고, 괜히 의미 없는 질문을 반복하고.

나는 그냥 그렇게라도 너와 더 오래 대화하고 싶었어.

솔직한 말 하나도 못 꺼낸 채.

네가 내 말투에서 진심을 눈치채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어쩌면 눈치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애매한 말들을 늘어놨어.

그러다 문득, 너에게

“너는 왜 나한테 잘해주는 거야?”라고 물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어.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너는 왜 나를 사랑하지 않아?”였는데,

나는 그걸 말할 수 없어서, 대신 취한 척으로 덮었어.

웃으며 이어 답장했어. “미안해, 나 오늘 좀 이상하지?”

이어 답장을 하고 나니 괜히 더 슬펐어.

나는 솔직한 사람이 아니라.

그냥 네 앞에서만 조금 더 투명해지고 싶었던 사람이었으니까.

이전 11화이건 내가 느껴야 하는 감정이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