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사라지는 법을 알고 있었다.

시간이 흘렀다는 증거였다.

by 이브 Eve

향은 사라졌지만,

공기엔 여전히 그 여운이 남아 있었다.


오전에 내린 햇살이 커튼 사이로 들어와,

식탁 위의 머그컵을 비춘다.

커피는 이미 식었고,

잔 위로 가느다란 빛줄기가 흘러내린다.


나는 그 잔을 치우지 않는다.

조금은 익숙해진 풍경이라,

이제는 이 고요가 나쁘지 않다.


한때는 향이 사라지는 게 슬펐는데,

지금은 그 옅음이 오히려 편안하다.

모든 것은 이렇게 사라지는 법을 알고 있었다.


공기 속에는 여전히,

아주 희미한 향이 남아 있다.

그건 그리움이 아니라,

시간이 흘렀다는 증거였다.


사라진 것이 아니라,

옅어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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