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지 않는 과분한 친절은 때론 독이 된다.
4년전 어느 겨울날이었던 것 같다.
간만에 서울에서 교육이 있어 지하철을 타고 양재역에서 내려 교육장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10분쯤 여유가 있어 주변을 두리번 거리고 있었는데 인도에 설치된 화단 팬스를 잡고 웅크리고 앉아계신 할아버지 한 분과 그분을 부축하며 난감해 하고 있는 부인으로 보이는 할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한것 같아 시간도 여유가 있고 해서 다가가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러니 할머니께서는 감사하다며 혼잣말로 '멀쩡하다가 갑자기 왜이런지 모르겠네! 아니 본인이 먼저 가자고 하고서는....'라고 중얼거리시다 나에게 저기 건물까지만 부축해서 가자고 하셨다.
그래서 할아버지를 부축하며 일으키는데 내 손에 전해지는 느낌은 할아버지께서 팬스에 의지한채 기대어 있는 것이 아닌 오히려 팬스를 붙잡고 안 일어나려 하는 듯 하였다. 그래도 더 힘을 내 할아버지를 일으켜 부축하며 한걸음 한걸음 건물을 향해 걸어갔다.
할아버지께서 숨차하며 뭐라 말씀을 하신것 같은데 잘 들리지 않고 빨리 목적지까지 모셔다 드려야 하겠단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하여 정성껏 모시고 건물앞에 도착했다. 이젠 여기서부터는 당신들이 조심히 걸어들어가겠다며 고마워하시는 할머니에게 인사를 드렸다.
맘 속으론 힘들어하는 다른 이를 도왔다는 뿌듯함을 느끼며 돌아서려 하다 바라본 건물에는 처음보는 글씨가 써있었다. 순간 내가 뭘 한 건가? 하는 혼란스런 생각과 할머니의 부축을 받으며 원망스럽게 나를 뒤돌아보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건물 위에 써있던 글씨는 '가정법원' 이었다.
그래서 할머니가 저런 혼잣말을 하셨구나, 그리고 할아버지는 정말 가기 싫어서 일부러 아픈 척 하며 주저 앉아 계셨던 것이고 뭐라 뭐라 말씀 하신것도 아마도 가기 싫다는 그런 말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열심히 두 분을 웃으며 가정법원으로 밀어 넣은 꼴이 된 것이다.
셔틀버스를 타고 교육장소에 가서도 교육을 받는 하루종일 나의 선행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꾼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아니 이게 선행이 맞나 하는 생각에 아무것도 머리 속에 들어오질 않았다.
4년이 지난 지금 그 노부부께서는 어찌 살고 계실지 궁금도 하고 지금도 그때 나는 좋은 일을 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나는 좋은사람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