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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네이버 Apr 21. 2024

이지아는 몇 초 동안 목이 졸렸을까?

목 졸림의 위험성을 배우다

최근에 종영한 드라마 ’ 끝내주는 해결사‘를 시청하던 중에, 큰 충격을 받았다.

보통 사람들은 별생각 없이 넘어갈 장면이었지만, 나에게는 엄청난 쇼크로 다가왔다.

여주인공인 이지아가 분노에 찬 자신의 전 남편 오민석으로부터 목졸림을 당하는 장면이었다.

“몇 초 동안 목이 졸렸지?” 궁금해졌다.

정확하게 알고 싶어 몇 번이고 장면을 돌려 카운트를 해 봤다.


(혹시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유튜브 링크를 걸어둡니다. 직접 카운트해 보세요)

https://youtu.be/fbdqRUTRfaQ? si=mkJKMdR3 e8 md2 uIw

출처: 유튜브

1초, 2초, 3초, 4초, 5초를 넘긴다.

도대체 몇 초까지 목졸림을 당할까? 계속해서 센다.


6초, 7초, 8초, 9초, 10초, 11초…

약간 애매하지만, 10-11초 정도 목이 졸렸다.


충격이다.

무려 10초나 목이 졸리다니…


내게는 정말로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충격적인 장면이 이후에 나온다.

(물론 드라마는 드라마로 봐야 한다는 것을 안다)


이후 전 남편인 안민석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잘 지낸다.

심지어 이지아도 마치 치매라도 걸린 것처럼,

몰 졸렸던 일은 까막히 잊은 듯 아무렇지도 않게 안민석을 찾아간다.

그것도 홀로!!!!


한국 드라마에서는 의외로 목을 조르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목 조르는 장면이 흔하게 나오는 것의 위험성은 그러한 행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사회적으로도 목 조르는 행위를 가볍게 여기는 것이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심심치 않게 가족으로부터 목졸림을 당한 이들이 꽤나 있었다. 문제는 누군가의 목을 조르는 행위를 심각하게 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터넷 상에서 검색해 보니

부부 다툼 중에 남편으로부터 목졸림을 당한 아내,

아버지로부터 목졸림을 당한 딸 등 많은 분들이 목이 졸렸던 경험을 나누고 있었다.  


충격적인 것은 경찰에 신고를 해도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정확하게 목 조르는 행위에 대한 한국의 법규를 잘 몰라서 검색하던 중에 아래의 영상을 발견했다.

영상은  가정 폭력 상황에서 아버지가 입양한 어린 딸의 목을 졸랐다는 내용이다.

https://youtu.be/B14k-spE51 o? si=o4 WSu8 i_8 pAUj8 se

사회자가 출연한 변호사 분에게 ”목을 조르는 것은 살인 행위 아닌가요? “라고 묻자,

변호사는 “딸에게 심각한 외상이 있어야 처벌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답변을 한다.

즉, 목을 조르는 행위 자체로는 처벌이 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제가 병원 응급실 사회복지사로 하는 업무 중에 하나는 가정 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일이다. 작년(2023년)에 엠뷸런스로 병원 응급실로 실려오거나 직접 찾아온 가정 폭력 피해자가 무려 250명 정도였다. 그중에 30명 정도가 내가 맡은 환자였다. 어느 나라나 그렇듯, 주로 여성 분들이 가정 폭력의 피해자들이다.


“가정은 모든 사람에게 안전하고 따뜻한 곳이어야 합니다.
폭력은 그곳에서 영원히 퇴출되어야 합니다.”

"Home should be a safe and warm place for everyone.
Violence should be forever expelled from there."
- 베네사 윌리엄스 (Vanessa Williams)


어느 날 한 40대 여성 한 분이 응급실에 찾아왔다.

이유는 전날 자신의 전 파트너와 다툼이 있던 중에 폭행당해 진료를 받기 위해 찾아온 것이었다.

이런 경우, 의료진은 반드시 사회 복지사에게 연락을 취하게 되어 있다.


그 환자와의 만남은 나에게‘목 졸림 (non-fatal strangulation)에 대해 다시 한번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의사의 진찰과 치료가 끝나자, 곧바로 환자에게 달려갔다.

지금부터 이 환자를 K녀라고 하겠다.

“Hi K, my name is 굿네이버,  

I am a social worker here.

I understand that, unfortunately, you experienced family violence last night”


“K 씨, 제 이름은 굿네이버입니다. 사회복지사입니다.

안타깝게도 어젯밤에 가정 폭력을 당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시작하며 대화를 이어간다.


“목졸림을 당했습니다. 기억은 안 나는데 몇 초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발로 걷어차셔 간신히 빠져나왔습니다”  

K녀는 그렇게 상세히 그날의 상황을 전했다.

물론 특유의 억양 때문에 잘 알아듣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렇게 한 1시간 정도 그날의 사건에 대해 나누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집에 돌아가도 안전하다고 느끼십니까?”


“안전합니다” K는 몇 번에 걸쳐 말한다.


이미 의사에게 환자가 약간의 스크래치 정도만 있을 정도로 부상이 크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어,

환자가 퇴원해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료진에게 퇴원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고, 환자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다음 날, 가정 폭력을 전담하는 스페셜 리스트인  엠마(가명)로부터 메일 한 통이 날아왔다.

“왜 도대체 경찰에 연락하지 않은 것이죠?”

“왜 ISR(가정 폭력 전담 팀)에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은 겁니까?”.

엠마는 날카롭게 내가 내린 결정을 비판했다.


사실 이 메일을 받고 적잖이 당황했다. 화도 났다.

"아니 왜 사사건건 내가 하는 일에 트집을 잡는 거야?


이런 비슷한 일들이 몇 번이 있어서 짜증이 났다.

곧바로 팀장에게 전화를 해서 하소연을 했다.


하지만 역시 팀장은 괜히 팀장이 아니었다.

"굿네이버, 만약 K 씨가 발로 상대를 차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목졸림은 단 1초만 졸렸어도 상당히 심각한 일입니다 (High Risk)"


사실 그날의 사건이 있기까지 나 역시도 '목 졸림'이 얼마나 심각한 폭력인지 잘 몰랐다.

가정 폭력을 다루는 일을 하면서도 말이다.


사실 뉴질랜드래드에서는 '목 졸림 (Non-Fatal strangulation)'을 아주 심각한 범죄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이에 대한 법규 (Stand-alone legislation)이 따로 존재할 정도이다.

피해자가 신체의 상해가 없어도, 목 졸림 자체를 심각한 살인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목졸림과 스토커 행위는 살인을 저지르려는 의도가 있다고 간주한다.
실제로 이 두 행위는 살인의 전조 증상과 같은 것이라고 봐야 한다.


남편이든, 아내든, 아버지든, 그 누구를 막론하고 상대가 나의 목을 졸랐다면,

그것은 나를 죽이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이는 심각한 가정 폭력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https://brunch.co.kr/@good-neighbour/19


https://wellbeingways.org/%eb%aa%a9%ec%9d%b4-%ec%a1%b8%eb%a6%b0-%ed%9b%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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