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의 의학 노트
병원 응급실에 근무한 지 1년쯤 지나, 뉴질랜드의 한 대학에서 보건학 (Health Science) 석사 과정을 시작을 했다. 지금 현재 아내도 간호 과정을 공부하고 있어서 상당히 고민을 했다. "해야 하나?"
그래도 큰 마음을 먹고 공부를 시작했다.
첫 학기는 Managing Long-term Health Condition(장기 질병 관리학)이었다. 한 마디로 암이나 기타 장기 질병 환자들을 돕고 지원하는 것을 공부하는 과목이었다. 사실 이 과목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교육 내용이 매일같이 사회복지사가 하는 일들을 주로 다뤘다. 심리-사회적 요인들을 발견하고 지원하는 일의 중요성이 이 과목의 핵심 포인트였다.
그런데 마지막 과제가 문제였다.
내가 선택한 질병인 COPD (만성 폐쇄성 폐질환)에 대해 30분짜리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과제 중에 하나가 병리학적 관점에서 이 질병을 설명하는 것이었다. 난감했다. 피검사 결과, ECG 검사 결과 및 해석 등등 온통 의학적인 설명이 요구되는 과제였다.
고민 끝에 담당 교수에게 연락을 했다.
"문제가 있습니다. 저는 사회복지사인데, 제가 이 과제를 할 수 있을까요?"
그러자 교수가 묻는다.
"혹시 간호사 되려고 합니까?"
사실 내가 하는 이 과정은 정확히 Advance Nursing Pregame이다. 즉, 간호사로 오랜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더 높은 단계로 가기 위해서 공부하는 과정이었다. 대개 이 과정을 마지고 나면 의사처럼 진료도 하고, 약 처방도 가능한 자격을 얻을 수 있다. 그러니 당연히 교수가 그렇게 물어볼 만도 했다.
"아니요! 절대로 간호사 될 일은 없습니다"
"아니 그러면 왜 도대체 공부하는데?!!!" 교수가 묻는다.
"병을 더 잘 이해하면, 환자를 더 잘 이해하고 도울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 딱 그 이유이다.
사실 사회복지사인 내가 무슨 이유로 그 어려운 의학을 공부할 필요가 있겠는가.
석사 과정을 하기 위해서 한 2천만 원은 학비로 내야 한다.
하지만 딱 그 이유 하나, 환자를 더 잘 이해하고, 돕고 싶은 마음에 이 과정을 시작했다.
그리고 딱 그 이유 하나로 나는 여러 가지 질병을 공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