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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네이버 May 23. 2024

자, 이제 넘어지는 법만 알면 돼!

아내 없이 3주 살기: 밥만 먹고살지 않기

"제발 밥만 먹고살지 마!" 

한국에 가기 전 아내가 신신당부를 했다. 하지만 아내 없이 나와 3명의 아이들은 정말 밥만 먹고 살기에도 버거웠다. 아침에 일어나 도시락을 싸고 정신없이 세 명을 학교에 내려다 주는 것도 얼마나 고된 일이지... 아이들 학교 보내고 나면 이제 나만의 시간이 기다릴 것이라 생각하지만, 집에서 반갑게 맞이해 주는 것은 수북이 쌓인 설거지와 온 집안에 뒹글고 있는 옷들과 물건들이었다. 집안을 정리하고, 설거지를 말끔히 하고 나면, 또다시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 기대하지만, 이내 아이들 픽업하러 갈 시간이 된다. 


그렇게 정신없이 2주가 흘러갔다. "휴, 이러다 정말 밥만 먹고살겠구나!" 하는 생각에 큰 마음먹고 그동안 밀린 숙제를 하기로 했다. 벌써 7살이 되었는데, 아직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막내딸에게 자전거를 가르쳐 주기로 했다. 


"막내! 아빠하고 자전거 타러 가자"

그날 거금을 주고 자전거를 사서, 거의 1시간 동안 조립을 했다. 옆에서 신기한 모습으로 지켜보던 딸아이는 그 말이 끝나자마자, 나갈 채비를 시작한다. 처음으로 보조 바퀴 없이 자전거를 타는 것이라 약간은 긴장을 한 모습이 역력했다. 


"자, 아빠가 뒤에서 꼭 잡고 있을 테니까, 무서워하지 말고 타 봐" 

  자전거 안장 뒤쪽을 꽉 붙잡은 채로 말했다. 그다음은 뻔한 레퍼토리이다. 어느 정도 딸이 열심히 자전거를 탈 때 뒤에서 살짝 손을 놓는 것이다. 그러면 딸은 그것도 모른 체 열심히 달릴 것이다. 적어도 나의 계획은 완벽했다. "잘하고 있어!, 아빠가 꼭 잡고 있어!" 드디어 완벽한 타이밍이 찾아왔다. 


안장 뒤쪽을 붙잡고 있던 두 손을 살짝 떼었다. 한 2-3초를 놓고, 딸아이의 반응을 살피고자 했다. 그런데 딸아이가 그 순간 뒤를 돌아보더니 자전거 뒤를 붙잡지 않고 있는 아빠를 봐버렸다. "헉, 큰 일 났네, 딸이 봐버렸어!".  딸아이가 온갖 원망을 쏟아놓을까 걱정했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군"하는 눈빛을 보일까 내심 걱정을 했다. 둘째 딸이 다섯 살이었을 때, 정확히 그런 반응을 보였기 때문에, 나는 직감적으로 막내딸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어, 내가 탈 줄 아네? 아빠 내가 자전거 혼자 탈 줄 알아" 

아니다. 내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 자존감 100%로 충만한 막내딸은 내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반응을 보였다. 아빠가 붙잡지도 않고도 탄다는 사실을 순간적으로 깨닫더니, 마냥 신기해서 바로 자전거를 스스로 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나의 지옥 같은 한 시간이 시작이 되었다. 혹시라도 넘어질까, 막내딸아이가 타는 자전거 속도에 맞춰 발에 땀이 나도록 뛰었다. 숨이 가빠진다. 정신이 멍해진다. 이제 나이가 들었나 보다. 점점 딸아이가 타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 순간, 꽈당. 딸아이가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버렸다. 달리는 법은 아는데, 넘어지는 법은 몰랐다. 


"딸, 잘했어! 이제 넘어지는 법만 알면 돼!" 

자전거에서 굴러 떨어진 딸을 보며, 칭찬을 했다. "아니... 넘어졌는데 칭찬이라니? 아빠가 제정신인가?" 막내딸은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본다.  "딸, 자주 넘어져 봐야, 안 다치고 넘어질 수 있어. 또 그래야 잘 일어날 수 있는 거야!  잘했어, 잘 넘어졌어!"


그렇다. 넘어져 봐야, 일어서는 법도 배우는 법이다. 나는 그렇게 자전거에서 굴러 떨어진 아이에게 넘어져도 괜찮은 것을, 넘어져야 일어서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사실 그것이 반 평생 살아오면서 내가 경험으로 깨달은 지혜였다. 


적어도 내 인생에 2-3번은 완전히 넘어지고 실패한 적이 있었다. 2번이나 실업자가 되고, 적어도 3번 사람들에게 배신과 상처를 받았었다. 하지만 넘어지는 것을 통해 일어서는 법을 배웠다. 


 경영심리학자 슈와르츠는 다음과 같은 명언을 했다.  

“모든 나쁜 일은 우리가 그것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만
진짜 나쁜 일이 된다.”  


나는 이렇게 바꾸어 말하고 싶다. 

"모든 실패는 우리가 그것이 실패라고 받아들일 때만 진짜 실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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