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교에서 상을 받은 기억이 별로 없다.
성적우수상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 한두 차례 받은 듯하다. 사실 워낙 오래전일이라 그런 일이 있었나 긴가민가 하다.
그래도 개근상은 빠짐없이 받았다. 딱히 성실한 학생이어서가 아니라 당시 분위기가 그랬다.
배가 아파도, 몸살로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려도 두 다리가 움직이면 기어코 학교를 가야 했던 그런 시절.
초등학교, 중학교에 이어 고등학교에서도 개근상을 받았다. 그것이 마지막 개근상이었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내 인생에 다시는 없을 것 같았던 개근상을 3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받았다. 학교장이 아닌 내가 나 자신에게 주는 셀프 개근상이다.
지난 1년간 매일 아침 아들을 학교까지 태워다 준 공로를 인정한 상이다.
아들은 추첨으로 고등학교를 배정받았다. 대중교통을 기준으로 한 시간 거리의 학교다. 꼭 피했으면 하는 학교에 덜컥 당첨이 된 것이다.
배정된 학교 인근으로 이사를 고려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결국 매일 아침 아들을 학교까지 태워다 주기로 했다.
작년 한 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아침 난 아들과 함께 집을 나섰다. 덕분에 8시 반이었던 출근길이 한 시간 이상 당겨졌다.
자차로 20여분이 걸리는 길, 차 안에서 아들은 눈 깜짝할 새 코를 골며 곯아떨어진다.
입을 반쯤 벌리고 쌔근쌔근 잔다. 커다란 덩치의 아들이 아기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순간이다.
그런 아들을 곁눈질로 힐끔힐끔 쳐다본다. 빙그레 웃음이 난다.
귀엽기도, 그리고 안쓰럽기도 하다.
그런 모습에 피곤해도, 몸이 아파도 그래서 연차를 낸 날에도 나는 매일 아침 하루도 빠짐없이 아들을 학교까지 태워다 줄 수 있었다.
2학년이 된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아들은 하교 시에만 스쿨버스를 이용할 계획이다.
아들은 괜찮다 했지만, 올해도 난 아들의 '등교 드라이버'를 자처한다.
오전 7시에 타야 하는 등교 스쿨버스와 비교하여 아침잠이 많아도 너무 많은 아들이 40분을 더 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일 아침 집을 나서며 아들과 나누는 짧은 대화는 소소하지만 그날 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내게 큰 힘이 된다.
아들과 함께 나서는 길, 마음이 든든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올 한 해도 나는 매일 아침 열심히 운전할 것이다.
10분 걸리던 출근이 1시간 걸리지만 말이다.
그래서 난 올 한 해도 개근상을 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