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걱정이 많다. 모든 것이 걱정거리다. 식당에서 음식을 먹을 때는 혹시나 이물질이 들어가 있지는 않은지, 삼겹살을 구울 때는 행여나 식기류에 생고기가 닿아 균이 옮지는 않을지 등 항상 걱정이다. 이래서 걱정이고 저래서 걱정이다. 한마디로 ‘안절부절, ’ 좌불안석‘ 캐릭터다.
그런 아내가 이번에는 본인의 발령지가 슬슬 걱정되기 시작한다. 지난 8월 지방 교육행정직에 합격한 후, 아내는 아주 중요한 숙제가 밀려있기라도 한 듯 한동안 드라마에 빠져 지냈다. 그러다 동기들이 하나둘씩 발령 나자 본인의 근무처가 어디로 될지 한걱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동기들의 발령지가 심상치 않다. 거주지와 두세 시간 거리는 기본이다. 이때부터 아내는 한걱정에 상상의 나래를 편다.
‘내 성적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니 분명히 먼 곳으로 발령 낼 거야. “
‘나이가 많으니 더 멀리 오지로 발령 내지 않을까?’
‘사택이 낡았으면 어쩌지? 원룸을 구해야 하나? 원룸도 안전하지 않을 것 같은데?’
사실 이런 말을 듣는 내 입장에서는 걱정의 근거가 빈약해 보인다. 그렇다고 일일이 말대꾸하기도 지친다. 어차피 걱정 많은 사람이 이기는 싸움이다.
그러던 중 정식 발령 전, 인근 학교에서 인턴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인턴은 분명히 성적이 높은 사람들만 선발될 거야. 나는 안 되겠지?”
“나이 많아서 인턴으로 안 써줄 거 같은데?”
역시 한걱정이다.
나는 이에 “선발 여부는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지원해봐. 손해 볼 일은 없잖아.”라며 아내에게 인턴 신청을 권유해본다.
그렇게 아내는 인턴에 지원했다. 그리고 3주 후, 후 아내는 지방 교육청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는다.
“OO님, 안녕하세요? 교육청입니다. 인턴 자리가 나왔습니다. 내일 학교가 배정될 예정입니다.” 인턴으로 채용될 거라는 내용의 전화다. 여기까지는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다음의 안내말이 아내를 걱정의 소용돌이로 몰아넣는다.
“혹시 차가 있으신가요?”
집에 차가 한 대 있기는 하지만, 고3 딸을 아침에 등교시키고 방과 후에는 학원으로 실어 나르는 용도이기에 아내가 사용할 차가 당장은 없다.
“어쩌지? 차가 있는지 물어본걸 보니 분명 멀리 발령 날 거 같은데.”
그러면서 아내는 폭풍 검색에 들어간다. 우리 집과 거리가 가장 먼 곳의 학교를 알아보더니 분명 본인이 그 학교로 발령날 거라 확신한다.
“이 학교로 통근하려면 버스를 두 번 타야 하네. 어쩌지?”
“운전하면 30분인데 버스 타고 가면 한 시간이 넘게 걸리네.”
이미 아내는 그 학교의 인턴이 된 듯하다. 급기야 아내는 차 렌트를 알아보기 시작한다.
“소형차 렌탈비가 한 달에 30만 원, 그리고 준중형차는 50만 원 정도네”
“차를 한 대 더 사기는 부담스러우니 소형차를 렌트해서 다녀야겠다.”
아내는 차를 렌트해서 인턴 생활을 하리라 마음을 다잡는다. 그리고 다음 날, 다시 한통의 전화를 받는다.
“안녕하세요? OO 지원청입니다. 이틀 후부터 △△ 학교에서 인턴으로 일하시면 됩니다.”
△△ 학교. 많이 들어본 이름이다. 바로 중3 아들이 다니는 학교로 집안 거실에서도 훤히 보인다. 우리 집으로부터 거리는 5분. 그것도 도보로 5분이다. 5분 거리의 학교에 출퇴근하기 위해 아내는 미리부터 자동차를 렌트하리라 결정한 것이다.
아내는 머쓱해하면서도 무척이나 기뻐한다. 물론 고3인 딸과 나도 마찬가지다. 아내가 멀리 발령받았다면 우리 집은 매일 아침 출근 및 등교 전쟁을 치를 뻔했다. 더군다나 수능을 두 달여 앞둔 딸은 엄마가 차려주는 아침밥을 계속 먹을 수 있어 더욱 좋아한다.
하지만 마음 놓고 기뻐하지 못하는 사람이 한 명 있었으니, 바로 아들이다. 아들은 이제 제 엄마와 학교 급식을 같이 먹게 된다. 아들은 몇 번이고 제 엄마에게 다짐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