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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의 힘 Oct 10. 2021

도전! 중3 아들 과외하기

"아니 그게 가능해요?"


이 말은 중3 아들에게 영어 과외를 한다는 말에 대한 또래 아이를 둔 직장동료들의 응답이다.


중3, 고3 두 아이를 둔 외벌이 가장. 두 아이의 학원비로 이미 월 180만 원가량 지출하고 있는 터에, 아내가 둘째의 영어학원 이야기를 꺼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전화영어를 하고 있지만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문법, 독해, 어휘 등 내신과 입시를 겸한 실전 영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전화영어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아내는 영어를 잘 가르치는 곳을 알아냈다며 꼭 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미 학원 원장님과 상담도 했다면서.


그러한 목소리에는 조급함과 함께 뭔가 대단한 것을 발견했다는 듯한 흥분도 느낄 수 있었다.


탐탁지 않아하는 내 반응에 아내는 그 학원은 첫째 딸과 같은 반의, 그것도 최상위권의 친구 어머니가 운영하는 곳이라 더 믿을 수 있다고 덧붙인다.  


영어학원비는 월 30만 원. 수도권의 여느 학원에 비한다면 저렴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미 소득에 비해 교육비가 상당한 마당에 30만 원이란 돈은 여간 부담스러운 금액이 아니다.


아무리 계산을 해봐도 쉽지 않다.


대입 전까지 보낸다면 3년 하고도 반.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다. 이때 나는 호기롭게 외쳤다.


"영어 과외는 내가 한다."


그리고 한발 더 나갔다.


"'영포자(영어를 포기한 자)에서 회화강사까지 되신, 나름 한 획을 그은 인물이 나란 말이야."


약간은 과장된 어투와 몸짓을 섞어가며 호기를 부렸다. 실제로 고등학교 시절, 영어는 내 인생의 가장 큰 적이자 증오의 대상이었다.


아무리 수업에 집중해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내게 영어시간은 좌절과 실패의 시간이었다.


하루에 두 시간 있었던 영어시간에 나는 만화책과 무협지를 섭렵했으며 급기야는 수학 공부를 할 정도였다.


더 이상 영어를 상종하지 않아도 될 거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공대에 진학한 것도 그 이유였다.


이후, 유럽 배낭여행을 계기로, 영어는 과학이나 사회와 같은 암기과목이 아니라 의사소통 수단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기적처럼 영어를 사랑하게 되었다.


하루에 잠자는 시간 빼고, 아니 잠자리에 들면서도 영어 프로그램을 들으며 잤던 나는 대학 졸업 후 영어강사가 되었다.


물론 이 같은 사실은 아내도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강사 시절은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인 약 20년 전.


입시 트렌드도 많이 바뀌었을 테고, 무엇보다 가장 예민한 시기라는 중학생, 그것도 아들을 직접 가르칠 수 있겠냐며 아내는 우려한다.


나는 그러한 점보다 과연 아들이 '아빠표 과외'에 동의해줄지가 의문이었다. 강사가 아무리 열의가 있어도 정작 학생이 반대하면 그 과외는 십중팔구 실패하기 때문이다.


"아들아, 아빠가 영어 과외해줄게. 아빠만 한 강사 이곳에 없어. 아빠 강사 출신이잖아."


애원하듯이 하지만 최대한 위엄을 갖춘 척 아들에게 제안한다.


"아빠, 아빠가 영어 가르칠 수 있겠어? 나 그냥 학원 다니면 안 돼?"


역시 시큰둥한 반응이다. 하지만 여기서 질 수 없다. 비장의 무기를 꺼내 든다.


"너 영어학원비가 얼마인 줄 알아? 일단 비싸기도 하고 효과가 있을지 아빠는 의문이야."


이때, 십수 년 전에 이미 '아빠표 영어'를 경험해본 첫째 딸이 거들고 나선다.


"야, 그냥 해! 아빠 영어 잘 가르쳐. 그리도 돈도 아낄 수 있잖아."


누나의 말을 곧잘 듣는 아들은 결국, 마지못해 수락한다.


"그럼, 교재는 뭘로 할 건데?"


미처 생각 못했다. 순간 당황했지만, 짐짓 이미 다 예상했다는 듯 마치 노련한 강사처럼 말한다.


"우선 자신감을 위해서는 책 한 권이라도 끝내본 경험이 중요하지. 문법책을 한 권 해보자."


이렇게 중3 아들 영어과외가 시작됐다. 아들과 주말에 인근 서점에 가서 같이 영어 문법책을 고르기로 했다.


아빠의 일방적인 선택이 아닌 배우는 아들이 직접 교재를 고르게 해, 무언의 책임감을 심어주기 위한 포석임을 아들은 알까?


아들과 함께 서점에 가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


은근히 주말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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