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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의 힘 Oct 14. 2021

아빠와 아들 간 싹트는 동지애

중3 아들에게 영어를 가르친 지 만으로 두 달. 드디어 책 한 권을 끝냈다. 쉽지 않은 시작이었지만, 그리고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어쨌든 문법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마쳤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성취감이다. 가장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기분이다. 첫 시작이 어렵지, 이후에는 어느 정도 관성에 의해 앞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아들과 나 서로가 학생과 강사로서 신뢰를 쌓았다는 것이다.


수업방식은 이렇다. 수업 전, 아들과 상의하여 그날 학습할 분량을 정한다. 조금이라도 분량을 더하려는 나와 조금이라도 덜어내려는 아들 간 실랑이가 벌어진다.


그래도 평소에는 강사의 입김이 더 강하다. 다만, 친구와의 컴퓨터 게임이 예정되었거나 피곤한 날은 분량을 최소화한다.        


이후, 아들은 주어진 분량을 혼자 공부한다. 한 시간이 걸리기도, 때에 따라 두 시간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스스로 이해하려고 노력하기와 그래도 이해가 어려운 부분을 체크하는 것이다.

아들은 수업 전 혼자 학습을 한다.

혼자 학습한 후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깨우치고 그 내용에 대해 배우면 학습효과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 수업이 시작된다.      


나의 주요 임무는 실제로 아들이 스스로 공부를 성실히 했는지 점검하는 일이다.


교재에 나온 내용을 같이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다행히 아들은 사전학습을 성실히 수행한다.


본 수업에서는 아들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체크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가르친다. 물론, 전에 배운 내용에 대해 기습적으로 질문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아들을 당황시키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러한 수업과정이 반복되면서 아들과 나 사이에는 한 팀으로서 묘한 동지애가 쌓인다.


학생으로서 그리고 강사로서 한 팀이라는 동지애다. 이제 더 이상 수업시간에 언성을 높이는 일이 없다.


설사, 아들이 같은 실수를 몇 번 되풀이해도 이제는 웃고 만다. 내가 허탈해하면서 웃으면 아들도 멋쩍어하며 따라 웃는다.      


수업이 한 시간쯤 넘어서면 아들은 몸을 배배 꼬기 시작한다. 신호가 온 것이다. 집중력이 바닥났다는.


그럼 나는 으레 그랬던 것처럼 아들의 배를 만지며 장난을 건다. 그럼 아들은 내 팔을 깨물며 장난을 받아친다.    

  

그럼 나는 “아들, 이게 무슨 짓이지? 학생이 선생님한테 이래도 돼?”라며 아들의 배를 더 세게 꼬집는다.


아들도 지지 않는다. 자신의 배를 꼬집고 있는 내 손을 떼어내며 “선생님이 학생한테 이래도 돼?”라며 맞받아친다.      


공부도 하고 장난도 치다 보면 어느덧 그날의 진도가 끝난다. 그럼 나는 비로소 진정한 주말을 맞는다. 과외를 끝내고 나서야 한 주를 마무리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매번은 아니지만 고생했다는 말에 아들은 “아빠, 고마워”라고 답해준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고맙다는 말에 기분이 뿌듯해진다. 밀린 드라마를 보기 위해 태블릿을 켠다. 오늘따라 드라마가 더 재미있다. 그리고 주말이 더욱 즐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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