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을 때다~' 사회초년생 시절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그 당시에는 이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연고도 없는 곳에 처음 자취하며 외로웠고 학교 일은 하나도 모르겠고 아이들 지도는 생각보다도 더 힘들고 어려웠다. 그러던 나에게 그런 말을 하던 사람들은 다 어느 정도 가정도, 일도 안정된 분들이었기에 그 말을 듣고 약간의 반발심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어른들의 말은 하나도 틀린 게 없다고 뒤돌아서보니 그 말이 딱이다. 정말이지 좋을 때였다. 그 어떤 책임지을 것도 없고 내 마음 가는 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사고 싶은 것을 사고 가고 싶은 곳을 가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만나고 배우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배울 수 있는 그런 자유가 있는, 있다 못해 넘치는 때였으니 말이다.
아이 키우면서 차를 타고 이동하다가 첫 근무지 동네를 지나칠 때가 몇 번 있었다. 한 번은 너무 반갑고 그 시절을 좀 더 알차게 보내지 못한 것이 아쉬워 눈물이 났다. 저 때 나 자신을 정말 대접하며 살 것을... 맛있고 건강한 음식 직접 해 먹고 친구들도 자주 초대해서 놀고 배우고 싶은 것 주저 말고 용기 있게 도전해 볼걸. 수많은 '~할걸'이 떠올랐다. 한 보따리 후회를 늘어놓고 나서는 '좋을 때였는데....'라고 중얼거렸다.
몇 달 전, 오래간만에 친구들 만났을 때도 미혼이고 아이가 없는 친구들의 일상을 들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좋을 때다. 즐겨!'라는 말을 달고 있었다. 그토록 반기지 않았던 말이 내 입 밖으로 나온 것이다. 어쩌면 나에게 그런 말을 했던 분들도 다 나와 같은 마음을 겪고 했던 것이리라.
지난 시절 이제 와서 후회하면 뭐 하나 싶으면서도 INFP의 특성상 '만약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을 가정해 행복한 상상을 하다 잠드는 요즘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잊지 않고 명심하고자 하는 것은 지금도 '좋을 때'라는 것이다.
육아휴직 들어가는 날, 인사를 나누는 동료선생님이 하신 말씀.
"그때가 좋을 때다. 돈 생각하지 말고 육아휴직 최대로 쓰며 아이랑 그 시절 보내라"
결혼기념일 남편과 보수동 책방 골목을 지나자 생각난 옛 교무선생님(함께 독서동아리하며 애들 데리고 갔더랬다)과 통화했을 때 하신 말씀.
"힘들지만 그때가 좋을 때였다. 그때 나는 아이에게 올인하지 못했는데 그래서인지 아이가 다 큰 지금 엄마와의 유대관계가 깊지 않은 것 같아 다소 아쉬워. 돌아간다면 아이에게 올인할 거야"
지금도 누군가는 나의 이 시기를 '한참 좋을 때'라며 부러워한다. 그렇다면 이번 '좋을 때'는 정말 최선을 다해 보내고 싶다. 더 이상의 후회나 미련도 남지 않도록 말이다. 아이에게 아낌없이 듬뿍 사랑 주고 사랑받으며 이 시기를 마음껏 즐길 것이다. '다시 돌아간다면'이라는 상상도 필요 없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