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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만하면 찾아오는 모유수유에 대한 미련

모유라이팅 끊어내기

by 도토리

어제부터 둘째의 기침소리가 심상치 않더니 결국 둘째마저 감기에 걸려버렸다. 그 와중에 첫째는 기침과 콧물이 너무 심해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나조차도 너무 괴로워진다. 결국 참다못해 약이 더 남았음에도 소아과에 달려갔다. 소아과 진료를 받으며 넌지시 둘째에 대해서도 여쭈어보았더니 돌아오는 물음은

'모유수유 중인가요?'
'아니요...'
'언제까지 먹었나요?'
'조리원 나오자마자 못 먹였습니다'
'지금 조금이라도 젖이 나오나요? 모유를 먹은 아기면 면역력이 좀 더 버틸만하긴 할 텐데 분유 먹은 아이라 걱정이 되긴 하네요...'

아...

모유수유는 나에게 있어 발작버튼은 아니고 후회버튼이랄까? 이번에도 후회버튼이 눌러졌다.


나 역시 분유수유로 자랐다. 왜 그런지 우리 엄마는 젖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초유조차 못 먹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었던 탓에 나는 모유수유가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아마 엄마를 닮아 젖이 나오지 않으리라. 하지만 엄마와 달리 젖은 돌았고 주변에 완모한 친구들이 많아 나도 모유수유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났다.


하지만 모유수유에 대해 무지했고 조리원에서 양을 늘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쳐 젖양이 무척 적었던 나. 조리원을 나오고 나서 난소염전 수술로 며칠 수유가 중단되고 나니 젖양이 똑 떨어졌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먹이고픈 마음에 혼합수유를 해가며 꾸역꾸역 먹였다. 포기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사출로 인한 직수 거부이다. 수술하고 유축을 잘못했는지 사출이 너무 심해져 첫째가 수유자세만 잡아도 자지러지게 울어대기 시작했다. 매 수유시간 그 울음을 들으니 내가 뭐 하나 싶었다. 나도, 아기도 불행한데... 그래서 똑 끊었다. 70일쯤이었다.


둘째는 이보다도 훨씬 더 빠르다. 조리원 나오자마자 똑 끊었다. 젖양이 적다 보니 수시로 물려야 하고 시간도 오래 소요되는데 그렇게 되니 첫째를 케어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였다. 도움 주시려고 양가부모님들도 자주 오시는 탓에 모유수유하기가 불편한 것도 모유수유를 포기하게 된 이유 중 하나였다.


그렇게 끊었지만 내 마음속에는 남들처럼 모유수유를 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과 아쉬움이 늘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이렇게 아기가 아플 때면 더욱 그렇다. '모유수유하면 아기 면역력에 좋다던데... 내가 모유수유했다면 우리 아기들이 덜 아팠을까? 이 감기 넘어갔을까?' 이런 생각들이 든다.


아기 몸 건강하자고 무염도 고수하면서(남편이랑 어른들 때문에 무염식이 완전하게 지켜지지 않지만) 모유수유는 나 편하자고 너무 빨리 포기해 버린 게 아닐까? 조금 더 노력했다면, 며칠만 더 해봤더라면... 특히 너무도 빨리 모유수유를 중단한 둘째를 보면 너무 미안하다. 사실 빠는 힘도 좋았고 잘 먹어주어 첫째만 아니면 둘째는 완모 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주변 사람들한테는 '에이~ 모유수유 분유수유 아무 상관없어~ 부담 갖지 말고 하다가 너무 힘들면 스트레스받지 말고 분유수유로 갈아타'라고 잘만 말하면서 정작 나 스스로는 왜 이렇게 못 놓는지... 말로만 듣던 모유라이팅을 당한 것일까.


이제는 더는 정말 미련 가지지 말고 이런 생각을 끊어내자.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좋은 것들은 더 많다. 앞으로 해줄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게 많음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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