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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다리 걸치는 중입니다.

연년생 첫째 질투에 대처하는 법

by 도토리 Sep 13. 2024

타고나길 멀티가 안 되는 인간이기에 양다리는 나와는 거리가 먼 단어였다. 하지만 연년생 육아를 시작하니 본의 아니게 양다리를 걸치는 신세가 되었다. 16개월인 첫째와 오늘로써 인생 94일 차인 둘째 사이에서...

해보니 양다리 그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  몸도 마음도, 정신력도 엄~청 쓰인다. 도대체 이 힘든걸 왜 하는 거야? 자의적 양다리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1인.

요즘 나는 첫째와 둘째 사이에서 양다리 걸치느라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조리원 퇴소 후에 둘째를 처음 맞이한 첫째의 반응이 무덤덤하여 '역시 아들은 단순해서 질투도 안 하는구나. 첫째가 아들이라 다행이군.'이라 생각했었는데 하루하루 질투가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질투의 화신이 된 첫째는 진작 졸업하고 거들떠보지도 않던 타이니모빌이나 아기체육관, 꼬꼬맘 같은 장난감을 둘째에서 빼앗아 자기가 쓴다. 아직 말이 확 트이지 않아 한 글자 단어(달, 해, 발 등)만 주로 말하는 첫째가 요즘 자주 쓰는 말은 '아나'(안아)이다. 등센서가 있는 둘째는 낮에는 절대 누워 자지 않는데 그렇다 보니 안고 재워야 한다. 하지만 요 며칠 첫째가 둘째를 안을 때마다 '아나'를 외치고 자기를 안으라고 아우성이다. 빨리 내려놓으라고 둘째가 누울 자리를 찾아(주로 역방쿠나 기저귀갈이대) 손바닥으로 탁탁 친다. '엄마 얼른 여기 동생 내려놔요' 말은 못 하지만 열심히 바디랭귀지로 동생을 내려놓고 본인을 안으라고 강력하게 어필하곤 한다. 이 때문에 부모님 오신 날은 하루종일 둘째를 부모님께 맡겨둔 채 한 번도 안지 못한다.

부모님께 맡겨두고 첫째와 놀아주면서 둘째에게 미안함과 짠함을 느낀다. 이러다 애착형성이 잘 안 되는 거 아닌가 걱정스러운 마음도 든다. 그래서 첫째와 놀면서도 첫째에게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둘째를 힐끗힐끗 쳐다본다. '미안해 둘째야' 눈으로 미안함을 가득 전달하면서 말이다. 그러면 첫째는 놀이에 집중하지 못하는 나에게 짜증과 신경질을 내기 시작한다. 집중 못하고 둘째에게 마음 가 있는 걸 어떻게 그렇게 알아차리는지... 신통방통하다.

간혹 첫째가 둘째 안는 것을 허락해 줬을 때도 순탄하지는 않다. 둘째를 안은 채로 첫째와 놀아주느라 정신이 혼미해진다. 조금만 자세가 틀어져도 울어재끼는 둘째를 신경 써가며 첫째가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기 위해 발을 손처럼 사용한다. 발가락으로 장난감 버튼 켜주기, 책 넘겨가며 읽어주기, 주워달라는 물건 주워서 건네주기 등등... 나날이 발가락이 유연해지고 있다. 이래서 둘째 육아는 발육아라 하나보다.


첫째 허락 하에 둘째를 안으면서도 혼자 노는 첫째가 짠해 힐끗힐끗 첫째를 보며 괜스레 말을 건다. 일부러 과장된 칭찬을 하기도 하고 우스꽝스러운 소리를 내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럴 때면 첫째는 삐진 건지 별다른 반응 없이 장난감 버튼만 계속 눌러대거나 책장만 넘겨댄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다.

요즘 하루 중 가장 기다리는 시간은 낮잠시간이다. 첫째 낮잠 시간이 되면 평온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한 놈이라도 자면 편하다. 둘째는 절대 누워서 안 자기에 실제적으로 하루 한 번, 오전 10시에서 12시 사이만 있다. 그 두 시간이 온전히 둘째를 바라봐주고 놀이줄 수 있는 시간이다. 눈 맞춤도 하고 '공주'라고 불러도 보고 손발도 쪼물락 만져도 보고... 정신 똑바로 든 날은 사진과 영상도 남겨본다. 그마저도 매일 새벽수유로 잠이 부족한 내가 첫째와 함께 낮잠 자러 가버리면 땡이다. 얼마나 짠한가... 연년생 육아하며 장녀라서 매번 동생들에게 양보하고 희생했다고 생각했던 내 생각이 바뀌었다. 동생들이야말로 첫째 위주로 돌아가는 관심과 사랑의 피해자였으리라...

내 양다리의 끝이 언제일지 모르겠다. 어떤 사람은 계속 첫째 위주로 돌아가다 보니 첫째가 오히려 동생을 짠하게 여기고 챙기기 시작했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초등학생 때까지도 질투하며 서로 치고박고 싸운다고 했다. 제발 우리 아이들이 전자이길 바란다. 놀러 갈 때면 서로 두 손 꼭 잡고 아장아장 걸어 다니고... 잠자리에 들 때면 똑같은 자세로 한 침대에서 자고... 어린이집에서 친구와 싸우면 한 편이 되어 서로를 지켜주는 남매가 되길 바란다. 부디 내 소원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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