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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비니 Dec 23. 2019

나이 먹는 일

2019년 2월 25일 어른일기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나이 먹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된 것은. 분명 난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나이 먹는 일을 무척 의식하며 때론 나이 먹는 것에 기뻐하기도, 안타까워하기도 했는데 말이다. 난 어느 순간 나이 먹는 일을 거의 잊은 것처럼 나이를 신경 쓰지 않으며 살기 시작했다.


적어도 서른 살이 될 때까지는 나이 먹는 일을 굉장히 의식하며 살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불과 몇 년 전무척 오래된  같다. 난 성인이 되기 전까진 얼른 나이 먹어 제대로 된 어른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 이후 10년 안팎 동안은 삶 자체를 나이 먹는 일이라고 여기며 매 순간 의식하며 살았다.


나이를 의식하며 사는 동안해가 시작될 때 언제나 '올해 이것만은 경험해보자' '올해 이것만은 해보자'라며 계획을 분주히 세우곤 했다. 새로운 나이, 새로운 한 해를 제대로 살아보겠다며 다짐했고 그 다짐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 한 해 마무리는 연말에는 다시 되돌릴 수 없을 그 해를 아쉬워하며 괜한 감상에 빠지곤 했다.


나이를 의식하며 살았을 그때 나는 20xx년의 나와 20xx+1년의 나를 다른 존재로 여겼다. 한 해를 잘 살아내면 난 지금과는 다른 존재가 돼 있을 것이고, 난 그 새로운 모습으로 또 다른 한 해를 맞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나에게 1년 365일은 새로운 나로 거듭나는 단 한 번의 시간이었다. 그래서 난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여기며 최선을 다해 살았다.


그런데 불과 한두 해만에 난 나이 먹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하루를 소중히 여기는 일은 드물어졌다. 어느덧 20xx년 12월 31일과 20xx+1년 1월 1일은 그냥 하루와 하루의 연속일 뿐 내게 별다른 의미를 주지 못했다. 20xx년과 20xx+1년의 나는 달리 변화가 없는 정체된 존재 이어졌.


내가 고민 끝에 이렇게 태도를 바꾼 것은 아니니 이렇게 태도가 자연히 바뀌는 쪽으로 살아온 것 같다. 어느덧 난 보다 나은 내가 되는 것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고, 새해를 맞이하며 더욱 발전하겠다고 다짐하지도 않았다. 하루 역시 소중하게 여길 대상이라기보다는 어차피 다가오고 지날 여러 날 중 하나 여길뿐이었다.


어릴 적 만났던 많은 어른들을 떠올려본다. 그들 중 상당수는 본인의 나이를 거의 까먹은 것처럼 잊고 사는 이들이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다른 존재가 되려는 노력 같은  없이 그냥 살아가는 대로 살아가는 럼 보였다. 그때 어린 나는 그 모습을 참 의아하게 생각다. 하지만 지금의 내 모습 들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 것 같다.


 지금 이 순간 다시 나이를 의식하며 살고 싶어졌다. 언제까지나 나이를 의식하며 살겠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바로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다시 나이 먹는 일을 의식하고 싶어졌다. 다시 어제와는 다른 오늘의 내가 되고 싶어졌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발전한 내가 되고 싶어졌다. 한 해를 마무리할 때는 "잘 살았다" 만족하고 싶고, 새해를 맞이할 때는 "올 한 해도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다짐하고 싶어졌다. / 2019년 2월 25일 어른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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