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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비니 Jul 31. 2020

난임 치료, 앞 일이 정말 궁금하지만

예상과 기대 빗나간 시험관 아기 시술

아기 콩이의 인형 친구 '토리'. 어떻게 붙여진지 잘 모르지만 참 어울리는 이름. 흔들면 딸랑 소리가 나서 콩이가 좋아한다.

체외수정(시험관 아기) 치료를 받는 동안 난 매 시술 단계를 앞두고 앞 일이 궁금해 ‘이렇게 될 것 같다’라고 시술 과정이나 결과를 내 마음대로 예상하거나 기대하곤 했다. 아내가 난자를 채취할 때는 난자가 몇 개 채취될지를 내 마음대로 생각했고, 배아를 처음 이식한 날에는 임신 소식이 곧 들려올 것이라고 멋대로 예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사뭇 다른 결과를 지켜보며 생명과 관련된 일은 정해진 것이 없음을, 그래서 쉽게 예상할 수도 예측할 필요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난임 치료 중 빗나갔던 내 여러 예상과 기대, 그리고 실제 일들 대해 다.


"난자  개나 채취될"


난자 채취를 위해 아내 배에 과배란 주사를 놓았을 무렵  아내에게 "그런데 이렇게 주사 맞으면 난자가 얼마나 채취되는 거야?"라고 물은 적이 있다. 주사 바늘을 배에 꽂아야 하는 아내의 처지가 안쓰러워 난 '이왕이면 한 번에 많은 난자가 채취됐으면' 바라는 마음으로 아내에게 질문했다.


아내는 내 물음을 듣고 잠시 고민하더니 "사람마다 많이 다르다던데? 나도 내 몸이 어떨지 잘 모르겠어"라고 말했다. 더욱 궁금해진 나는 인터넷을 검색해 난자 채취와 관련된 여러 후기글을 찾아 읽었다. 그중에는 많게는 20개 이상 난자가 채취됐다는 사례도 있었고 정반대로 1개도 채취가 안 됐다며 낙담했다는 후기도 있었다. 저마다 채취 결과는 상이했 그 원인은 다양해 보였다.


난 몇몇 후기를 읽다가 '그래도 아예 안 되는 것보다는 많이 채취되는 게 낫겠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더 후기를 찾아보니 많다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채취되는 난자의 수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난자의 건강 상태, 즉 실제 정자와 수정이 가능한지 여부가 더욱 중요해 보였다. 난자가 한 번에 스무 개나 채취되더라도 많은 수가 정자와 수정하기 어려운 미성숙 상태라면 시술 과정 전체를 봤을 때 임신 성공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난 많지도 적지도 않은 12개 정도의 난자가 아내에게서 알맞은 상태로 채취됐으면 좋겠다고, 꼭 그렇게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마음대로 기대했다. 주사까지 맞으며 하는 일이니 난자가 너무 적게 채취되면 서운할 것 같았고, 그렇다고 너무 많이 채취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난 12개 정도면 썩 괜찮은 가 아닐까 엉뚱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첫 번째 시도에서 아내로부터 채취된 난자는 5개뿐이었다. 수정과 배아 이식을 하기에는 충분한 개수였지만 내 예상보다는 수가 적어 놀랐다. 나는 ‘음, 아내의 몸 상태나 조건이 내 생각보다 더 나쁜 것인가’라고 염려다. 하지만 이후 아기 콩이를 만났던 시술 과정에선 난자가 11개 채취됐다. 같은 몸인데 사뭇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을 보고 난 난자가 몇 개나 채취될지 예측하고 기대할 필요가 없었음을 뒤늦게 깨달다. 쓸모없는 예상보다는 아내의 강 상태에 관심을 더 기울일 걸 난 약간 후회했.


"배아 여러 개 이식해 쌍둥이 도전?"


처음 시험관 아기 시술을 시작했을 때 나와 아내는 우리에게는 어려운 임신이니 한 번에 쌍둥이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했다. 시험관 아기 시술 성공 사례 중 쌍둥이를 출산하는 사례가 꽤 많고, 자녀를 총 둘은 낳을 생각이어서 육아를 한 번에 몰아서 하는 것이 좋을 수 다고 아내와 진지하게 얘기한 이 있다.(지금 생각해보면 하나도 힘든데, 둘을 한 번에 어떻게 키우려고 그런 생각을 했을까 반성한다. 쌍둥이 부모님들 존경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나중에 의사 선생님과 상담할 때 배아를 여러 개 이식해달라고 말해볼 생각이었다. 설사 쌍둥이 임신은 아니더라도 복수의 배아를 몸에 이식하면 임신 성공률 자체도 오르지 않을까,라고 단순하게 생각한 면도 있. 하지만 의사 선생님은 우리에게 배아를 하나만 이식하자고 했다.


체외수정 시술 중 이식할 수 있는 배아 개수는 정부 지침으로 정해져 있다. 우리 정부는 2015년 10월 이식 가능한 배아 수와 관련해 지침을 개정한 바 있는데, 치료를 받는 여성과 태아의 건강을 보호하고 생명윤리 차원에서 한 번에 이식할 수 있는 배아 개수를 줄이는 쪽으로 지침을 고쳤다.


해당 지침에 따르면 현재 35세 미만의 여성은 5~6일 배양된 배아를 1개까지, 2~4일 배양된 배아를 2개까지 이식할 수 있다. 지침 개정 이전에는 3개까지 이식이 가능했다. 임신 능력이 크게 떨어지기 시작하는 35세 이상이전보다 이식 가능한 배아 수가 줄었다. 35세 이상은 이전에 배아를 5개까지 이식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경우에 따라 2개(5~6일 배양 후), 3개(2~4일 배양 후)만을 이식할 수 있다.


우리 부부의 경우 첫 번째 시험관 아기 시술이 배아가 4일 배양된 후였고, 아내 나이가 35세 미만이어서 지침대로라면 2개까지 이식이 가능해 보였지만, 의사 선생님은 자궁 및 배아의 상태 등을 종합 고려하여 1개만 이식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우리 역시 처음부터 무리할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해 그 권유를 따랐다. 이후 알게 된 사실은 이식한 배아 수가 많다고 임신 확률이 높아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쌍둥이를 정말 원한 게 아니었다면 우리는 굳이 배아 이식을 여러 개 해 달라고 요청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


"냉동 배아로 임신이 가능할까?"


한 번에 이식할 수 있는 배아 수보다 체외 수정된 배아 수가 더 많을 때 남은 배아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물음에 등장하는 것이 바로 ‘배아 동결 보존’이다. 가임력(可妊力)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인 배아 동결 보존은 수정된 배아를 말 그대로 얼려 보존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얼리는 것은 아니고 다시 배아를 녹여도 그대로 이식할 수 있는 상태로 배아를 동결한다.


남은 배아를 모두 없애는 경우도 있지만, 난임 부부 다수는 가장 효과적인 가임력 보존 방법인 배아 동결 보존을 해 배아를 남겨둔다. 물론 보존에는 비용이 든다. 이렇게 동결 보존된 배아를 ‘냉동 배아’ 혹은 ‘동결 배아’라고 부르며, 이와 반대되는 동결 전 상태를 ‘신선 배아’라고 칭한다. 배아를 동결 보존한 난임 부부는 이후 새롭게 난자와 정자를 채취할 필요 없이 냉동 배아를 녹여 이식하는 것으로 임신을 시도할 수 있다.


우리 부부의 경우 첫 시험관 아기 시술에서 난자가 5개 채취됐고 그중 3개가 정자와 수정돼 배아가 됐다. 배아 3개 중 하나는 신선 배아로 곧바로 이식됐으며, 나머지 2개 중 상태가 좋은 하나는 동결 보존됐다가 두 번째 이식 때 사용됐다.


나와 아내는 처음 배아를 동결 보존하기로 했을 때 별다른 거부감을 갖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냉동 배아에 대한 기대감이 썩 크지 않았다. 마땅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냉동이라는 단어가 주는 차가운 이미지가 내게 색안경을 씌었기 때문이다. 무엇이 됐든 얼린 것보다는 신선한 것을 주로 선택해 온 내 평소 경험 그렇게 생각했을  있다.


이런 색안경이 벗겨진 것은 냉동 배아가 신선 배아보다 임신 성공률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다. 2017년 조사된 체외수정 시술 결과에 따르면 냉동배아를 녹여 이식한 경우의 임신율은 39.1%로 신선배아의 경우(34.5%)보다 임신 성공률이 높았다. 이는 상태가 좋은 배아 위주로 동결 보존이 이뤄진다는 점, 여성 건강 상태 등을 면밀히 살핀 후 최적의 시기에 배아 이식이 가능하다는 점 등에 따른 것으분석됐다. 우리에게 와준 콩이도 냉동 배아로 동결 보존됐다가 최적의 시기에 아내 몸에 이식된 경우다.


예상조차 못한 냉동 배아 옮기기


나와 아내는 체외 수정 시술 중 예상하지 못한 일로 당황스러웠던 경험도 있다. 갑작스럽게 다니던 병원을 옮겨야 할 상황이 생겼던 것이다. 국내 첫 여성전문병원이자 난임 치료로 유명해 나와 아내가 고민 없이 다녔던 충무로 제일병원이 2018년 겨울 폐업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당시 첫 번째 시술을 실패한 뒤 휴식기를 가지고 있던 우리는 병원을 옮겨야 할 상황에 크게 당황했다.


제일병원은 이후 위기를 넘겨 현재는 다시 운영되고 있지만, 당시에는 폐업 가능성이 제기돼 직원과 환자가 다수 이탈했다. 당시 제일병원 인수를 추진한 한 컨소시엄에 이곳에서 출산한 경험이 있는 배우 이영애씨가 참여한다는 소식이 알려 폐업 위기가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우리는 난임 및 출산과 관련해서 명성이 높았던 이곳에서 출산까지 할 생각이었는데, 쩔 수 없이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우리는 불투명한 병원의 미래뿐만 아니라, 담당 의사 선생님의 이직으로 제일병원을 계속 고집할 이유가 없어졌다. 그래서 다른 병원을 알아보게 됐고 제일병원에서 차로 10분쯤 떨어져 있는 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센터를 발견해 이곳으로 병원을 옮기게 됐다.


치료 분야가 난임이라고 해서 다른 곳으로 병원을 옮기지 못할 이유는 없었지만, 우리가 병원을 옮기것은 조금은 난도가 있는 일이었다. 기존 제일병원에 보존하고 있었던 냉동 배아를 새로운 병원으로 이관해야 했기 때문인데, 이 옮기는 일은 오로지 부부 스스로가 해내야만 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관하는 일 자체가 정말 어려웠던 것은 아니지만 나와 아내는 냉동 배아를 옮기는 과정 중 실수가 생길까 걱정했다.


우리는 미리 정한 이관 날짜에 차병원 서울역센터에서 냉동 배아를 담아올 질소탱크를 받아 곧바로 제일병원으로 향했다. 제일병원에 동결된 배아가 우리의 것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한 뒤 우리는 질소탱크에 냉동 배아를 건네받았다. 다음 일은 차병원 서울역센터로 돌아가는 일이었는데, 난 이때부터 조금 많이 긴장했다.


먼저 우리는 안전하게 탱크를 차까지 옮긴 뒤 제일병원에서 출발했다. 그나마 차까지는 천천히 걷는 것으로 흔들림을 최소화하며 조심스럽게 옮길 수 있었는데, 운전은 돌발변수가 많아 걱정됐다. 급정거나 사고로 질소탱크가 쓰러지는 것은 아닐까 난 염려했다. 난 겨울인데도 땀으로 흥건하게 젖은 손을 바지에 열심히 닦아가며 조심스럽게 운전했다. 다행히도 별 탈 없이 새 병원에 도착했고, 냉동 배아는 병원 관계자에게 잘 전달돼 보존 장소로 안전하게 옮겨졌다. 이후 집으로 돌아온 나와 아내는 거의 녹초가 돼 있었다.


물론 우여곡절 끝에 옮긴 이 배아가 우리의 두 번째 배아 이식 당시 좋은 소식을 들려주지는 못했다. 그래도 배아를 옮기며 끈끈하게 힘을 모은 인지 나와 아내는 예상 밖으로 옮기게 된 새 병원에서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나는 그때 새 병원에서의 난임 치료는 너무 많은 기대와 예상을 하기보다는 아내를 사랑하는 데 더 집중하며 받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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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7년도 난임부부 지원사업 결과평가 및 저소득층  지원실태 분석>

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센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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