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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자룡 Sep 10. 2023

우웩! 초고는 토하듯이 써라.

오늘도 글쓰기가 무섭다는 당신에게..

글쓰기 주제를 선정했고 재료도 찾았다. 그런데 막상 컴퓨터 앞에 앉으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할지 막막하다. “과연 내가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이런 글을 쓸 자격이 있나?” 내면의 비판자가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어차피 잘하지도 못할 거 시작도 말라는 악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자기 검열의 함정에서 벗어나자. 초고를 작성할 때는 세상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무소불위 국왕의 철없는 자녀가 되라. 기분 내키는 대로 마음껏 쓰자. 충성심이 넘치는 고위 관리가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철없는 왕자, 공주의 심기를 건드리면 목숨이 날아간다. 그처럼 초고를 쓸 때 내면의 비평가들이 잔소리 1절 못하게 경고하라. 

너! 나를 한 마디라도 비난하면, 바로 아웃이야.”


공포 소설의 거장 스티븐 킹은 한 번은 문을 닫고 글을 쓰고, 한 번은 문을 열고 쓴다고 한다. 


‘문을 닫는다’ 


남에게 글을 보여준다는 의식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아이디어에 기대어 자유롭게 집필한다는 의미다. 뇌 곳곳을 들쑤시고 생각을 끄집어내는 단계다. 나홀로 남겨진 방은 너무 편하다. 무엇이든 가능하다. 남들이 보지 않는 방에서는 아무 옷이나 입지만, 나갈 때는 챙겨 입는 것과 같다. 집에서는 모든 시도가 자유롭다. 문을 열고 쓴다는 건 퇴고를 거치고 신뢰하는 사람들의 비평에 귀 기울이는 단계다. 


당신도 한 번은 내면의 문을 닫아서, 비평가들을 밖으로 몰아내라. 아무리 건설적인 지적이라도 이 때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오직 자유로움만이 정답이다. 세상 거침없는 말과 생각이 허용되는 순간이다. 

초고를 토하듯이 써보자. 


글쓰기가 막막한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멋진 조언이다. 다들 살면서 토를 해봤을 것이다. 토할 때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가릴 수 없다. 밑바닥에 있는 아이디어를 지면에 던져버리는 느낌으로 써라. 맞춤법, 어휘, 띄어쓰기 등 세부 요소는 잠시 제쳐 두고, 생각을 끄집어내는 작업에만 몰두하라. 어차피 퇴고할 때 군더더기는 모두 삭제된다. 어지럽힌 잔해를 눈에 띄지 않게 만들 수 있다. 백스페이스는 글쓰는 사람한테 최고의 발명품이다. 못난 부분은 전부 사라진다. 토하듯이 쓰면 거친 표현도 나오지만 멋진 아이디어와 문장도 다수 발견된다. 그것을 중심에 두고 글을 전개하자. 


토하듯이 쓰면 지면에 쭈굴쭈굴한 문장이 여기저기 툭 튀어나온다. 이 때 자기 비난은 잠시 삼가 하라. 최종 평가는 퇴고가 끝난 다음에 내려도 늦지 않는다. 초고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건 바보다. 수정하라고 만든 게 초고니까. 


한 가지 팁을 제공하면, 초고를 작성할 때는 오직 내용에만 집중하자. 이상한 말을 해도 좋다. 맞춤법이 틀려도 좋다. 글을 쓰면서 맞춤법까지 신경 쓰는 건 비효율적이다. 네이버 맞춤법 검사기에 모든 문장을 복사해서 붙여 넣으면 정확한 맞춤법으로 변경해준다. 검사기가 변경해준 정확한 맞춤법을 보면서 학습하면, 나중에는 똑같은 문제를 틀리지 않게 된다. 그리고 네이버 글자수세기라는 기능을 이용하여, 글의 분량을 바로 알 수 있다. 나는 한동안 공백 제외하고 최소 1,500자 이상을 썼다. 분량을 맞춰서 쓰면 나중에 책 쓸 때도 유리하다. 




나는 평소 자료를 많이 찾아 놓고 아이디어를 간단하게 구상하고 글을 쓴다. 비교적 편하게 쓴다. 처음부터 구상을 탄탄히 하고 정교하게 접근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려면 글쓰기 자체에 능숙해야 하고, 일정부분 습관이 되야 한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기에 글쓰기에 부담 있는 사람이라면 초고를 토하듯이 써보자.


초고 쓰기를 왜 이토록 강조할까? 글쓰기보다 도파민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것이 세상에는 널렸기 때문이다. 글쓰기가 어렵다는 이유는 단순히 난이도가 높아서가 아니다. 그것보다 뇌에 쉽게 자극을 줄 수 있는 대체제가 많기 때문이다. 글은 쓸 때 인지적 자원이 만만치 않게 소모되기 때문에, 마냥 재밌는 활동도 아니다. 

그렇기에, 초고를 쓸 수밖에 없는 환경 설정에 집중해보자. 그래서 나는 어느 전문가에게 배운 방법을 사용한다. 책상에서 글 쓰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허용되지만, 다른 것은 절대 안된다. 이걸 목표한 글자수를 채울 때까지 한다. 글쓰기와 관련된 낙서는 해도 괜찮지만 다른 모든 행위는 원천봉쇄한다. 이렇게 정신적 속박을 걸어 놓으면, 글쓰기에 조금 더 몰입할 수 있고, 시동을 거는 시간을 줄여준다. 게다가 중간에 자꾸 핸드폰을 들여다보거나, 웹서핑 같이 단순하고 자극적인 작업으로 빠지려는 것을 막아줄 수 있다. 


그리고 초고에 대한 기준을 낮춰보자. 최소한 한 단락이라도 완성하면 초고를 썼다고 생각하자. 의미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한 단락을 채우면 그게 초고다. 이렇게까지 부담을 확 내려놓으면 글쓰기가 조금 더 수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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