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자룡 Sep 11. 2023

0과 1의 아득한 차이

귀찮은데 대충 1개만 해도 될까요?

"시동이 꺼졌다"


다급한 마음에 다시 해봤는데 또 꺼졌다. 

허둥지둥대면서 시도했지만 시동이 매정하게 꺼졌다. 

삼진아웃

그렇게 내 인생 첫 운전면허시험은 종료되었다. 


어떤 현자가 나에게 그랬다. 


"남자는 1종 보통이다" 이 말을 들어서 등록한건지, 아니면 내가 차에 문외한이라서 1종 보통 시험을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쨋든 운전 면허 시험을 봤고 보기 좋게 탈락했다.


멈춘 차를 다시 가게 하는 것은 힘들다


근데 과연 자동차만 그럴까? 걷고 있는 사람은 뛰기도 쉽다. 

하지만 앉아있거나 누워있는 사람이 갑자기 뛰기란 어렵다. 


0과 1의 차이는 아득하다.


사람들은 1을 싫어하고, 100을 좋아한다. 

문제는 100을 쫓다가 0에서 옴짝달싹을 안한다. 


"나는 무엇이든지 완벽해야해," 

"나는 뭘하든 최고로 하고 싶어." 


이런 태도가 나쁘지는 않다. 문제는 100을 쫓다가 0을 얻는다는 슬픈 현실이다. 

의지를 불태우며 100을 몇 번 찍다가, 한 번이라도 60이 나오면 좌절한다.


나는 3년 넘게 운동을 꾸준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오점이 있다. 복근 운동을 잘 안한다. 핑계를 대자면, 운동 시간이 짧다. 하루 한 종목만 열심히해도 모든 시간이 지나간다. 아니다. 사실 더 일찍 일어나면 된다. 나도 알지만 귀찮은 것도 사실이다. 


"어떻게 하면 계속할 수 있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내린 결론은 0과 1의 차이다. 


나의 1은 하루에 크런치 10개를 하는 것이다. 그 이상은 안해도 좋다. 

10개만 하면 그날은 무조건 합격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실천한지 보름이 지난 것 같다. 

날짜를 카운팅안해서 잘은 모르겠다. 어쨋든 빼먹지는 않았다. 


적은 운동량인데도 복근이 슬슬 귀여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0과 1은 1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1과 100은 99나 차이난다. 산술적으로 매일 100을 노리는 게 최고의 전략이다. 그런데 왜 나는 1부터 신경쓰고 있을까. 나 역시 100을 노리고 접근하는 분야가 있다. 그런 분야에서는 오타니처럼 전력투구한다. 하지만 모든 일에 레이저 포커싱을 할수는 없다. 비효율적이다. 어떤 일은 하는 것만으로 유익함을 준다. 


1을 하게 되면 연쇄작용이 일어난다. 크런치를 10개하면, 그 날은 '승리'로 작성된다. 해야할 일을 해냈다는 작은 도취감이 도미노처럼 긍정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다른 일들도 술술 풀리기 시작한다. 


게다가 10개만 해서 딱 10개에서 멈추는 경우는 드물다. 다른 운동이나 추가적인 스트레칭으로 확장된다. 일단 '시동'이 부릉부릉 걸렸으니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이기 쉬워진다. 


"0에서 바로 100으로 뛰어야지" 강력하게 의지를 부릴수록, 우리 뇌는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 미적미적대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저항한다. 뇌를 살살달래면, 언제라도 시작할 수 있다.


기억하자. 일단 시동이 걸려야 빨리 달릴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우웩! 초고는 토하듯이 써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