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편집 인생에서 역대급 베스트셀러의 탄생!
( 기억에 의거하다보니 부족한 부분들이 자꾸 새록새록 떠올라 계속 글을 보완하고 수정하고 있습니다. )
지난 2017년에 데뷔하여 활동이 끝날 때까지 엄청난 인기를 끈 남성 아이돌 그룹, 워너원! 워너원의 포토에세이를 담당 편집하게 되어 이들을 실제로 만나 인터뷰한 후기를 적어보려고 한다. (아직도 녹음 파일이 예전 핸드폰에 있음 ㅎㅎㅎ)
워너원 포토에세이는 편집 당시부터 출간 후까지 꽤나 힘이 드는 작업이었다. 회사의 기대도 컸고, CJ의 눈높이에도 맞춰야 했고, 무엇보다 팬들의 입장에서 생각을 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수백 장의 사진을 CJ측에서 제공을 받아 활동 순서대로 가장 좋은 사진을 픽했다. 그리고 계속 수정해나갔다. 멤버들이 겹치지는 않은지, 사진이 몰리지 않는지, 단체 사진보다 단독샷, 소규모로 모여서 찍은 사진까지 그 수를 세어가면서 빼고 넣고를 반복했다.
그리고는 사진 보정 작업에 들어갔고, 그 과정에서도 수정은 계속되었다. 이미 팬들끼리 굿즈를 만들 정도로 사진 보정 수준이 한층 격상한지라 그 기준에 맞추되, 인쇄 시 날아가지 않도록 감안하여 디테일한 작업에 들어갔다.
(디자이너분들 감사해요)
굿즈 역시 고민이 컸다. 도서정가제로 부록의 가격이 도서의 5%여야만 하기 때문에 그 가격 안에서 가장 최선이 무엇일지 수십 번 고민하고, CJ 담당자와도 밤낮으로 의견을 교류했다. 좀 더 좋은 거, 좀 더 비씬 것을 하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았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작업을 하면서 CJ 관계자분이 많은 도움을 주셨는데, 성사되지 못할 것 같던 인터뷰를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잡아주시기도 했다. 당시 워너원이 너무 스케줄이 많았던 때라 날짜가 잡힐 때까지 안 될 수도 있다, 하며 기대감을 내려놓고 있었는데, 어느 날 전화가 띠릿 왔다.
몇 월 며칠 일요일 저녁, 회사 연습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했다!!는 연락이었다.
(정말 일 잘하시는 분이여~)
광고 촬영을 하고 회사에 복귀했을 때 인터뷰를 진행하고, 메시지와 추가 촬영을 하기로 했다. 나 전날부터 너무 떨려서 무슨 옷을 입을지 얼마나 골랐던지 ㅋㅋㅋ
주어진 시간이 많지가 않아서 짧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만 했다. 그들의 시간은 마치 일분 일초 단위로 돌아가는 듯, 스케줄로 가득차보였다. 스케줄을 마치고 와서인지 얼굴에 피로감도 슬쩍 엿보였다.
이제부터 내가 그들과 대화하면 느낀 소회를 적어보겠다.
(생각나는 순으로 적었습니다.)
1. 강다니엘
가장 자유분방하게 느껴졌다. 텔레비전에서는 수줍은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 듯했는데, 실제로 대화하면서 느낀 감정은 '남자'다! 하는 것이었다. 강다니엘이 허벅지 쓸기로 엄청 팬덤을 이끌었는데, 피지컬적인 면 외에도 정신이 섹시한 사람 같았다. 그때 느낌이 강해서였을까. 그가 소속사를 차린다고 했을 때 그럴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자유분방함을 가둬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외모는 실제로 보니 청순하달까, 순수함도 느껴졌다. 설핏 올라온 주근깨가 굉장히 매력적이었고, 얼굴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작아서 놀랐다.
2. 윤지성
편한 동네 오빠 같은 매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수수함이 편안하게 다가오는 사람. 언젠가 만나서 대화를 나눠본 듯한 그 친근함이 좋았다. 리더로서 어깨가 무겁지는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동생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자신이 잘하고 있는지 더 많이 고민하는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의 감정과 상태를 많이 살피는 사람인 것 같다고 느껴졌다.
3. 황민현
얼마나 프로페셔널한지 깜짝 놀랐을 정도다. 활동을 한 이력이 있어서인지 인터뷰를 하는 태도가 너무 프로페셔널했다. 질문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이게 바로 정답이다, 하는 것 같은 답변을 해주었다. 준비된 사람이어서인지 인터뷰가 매우 수월했고, 실물에 경악했다. 어찌나 잘생겼는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피부는 그야말로 우윳빛깔.
4. 하성운
인터뷰 전에 약간의 헤프닝이 있었었다. 엔터테인먼트에 상주견이 살짝 내 손가락을 물어 약간 핏기가 올라왔다. (내가 예쁘다고 들이댄 것임... 잘못은 나에게 있음요) 아픈 건 아니어서 별다르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인터뷰 전에 괜찮냐고 물어본 유일한 분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을 보면 긴장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대화를 할수록 편해지는 게 느껴져서 흥미로운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자신의 예능적 끼를 발산하고 싶어 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5. 이대휘
스케줄 끝나고 진행한 인터뷰였는데, 어쩜 이렇게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지, 대화를 하는 게 너무 재밌었던 멤버 중 한 명이다. 그 순간은 엄청 즐기는 게 보였다. 힘들만도 할 텐데. 눈빛이 넘나 초롱초롱한 게 명석함이 뚝뚝 떨어졌다. 그래서일까. 타고나길 연예인 같았다. 물론 연예인이 되지 않았어도 성공했을 스타일이다. 야무지게 자기 길을 딱 챙길 거 같다. 플레이리스트에 담긴 많은 자작곡도 궁금했다.
6. 옹성우
얼굴이 정말 소멸 직전으로 작았다. TV에서는 유머러스해서 멤버들에게 굉장히 인기가 많은 듯 보였는데, 실제로는 매우 신중해보였다. 단어 하나하나, 표현 하나하나를 상당히 가려서 고르는 듯했다. 그래서 가장 오래 인터뷰를 했던 멤버이기도 하다. 개구진 이미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신중한 면이 인상적이었고, 그런 진지한 면 덕분에 배우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 같다. 가끔은 엄청난 가창력을 지니고 있는데, 노래도 불러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실물을 보면 현실감마저 없을 정도의 밸런스를 지녔다. 걸어다니는 마네킹 갈았달까.
7. 김재환
자신감이 돋보이는 스타일이었다. 성장에 대한 욕심도 분명해보였고, 자기의 장점을 잘 아는 듯했다. 그래서 제 목소리를 내는 아티스트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노래를 이야기할 때, 앞으로 하고 싶은 무대 등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 엄청난 청사진을 펼쳐 말해주었다. 음악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할 수 있는 게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8. 박우진
TV에서 개구진 모습이 많이 나와서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엄청 상남자 스타일이었다. 목소리도 무게감 있는 저음에, 쓰는 단어와 표현들도 남성스러웠다. 다른 멤버들 인터뷰를 할 때 거울 앞에서 혼자 춤 연습을 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타고난 춤꾼이지만 노력형인 게 분명하다. 웃을 때 살짝 보이는 덧니가 매력적이었다. 과묵한 게 더 귀엽더라. 무엇보다 좋아하는 외국 댄서들을 얘기할 때 변하던 눈빛이 생각난다. 순댕이 고양이가 먹잇감을 찾았을 때 같은 느낌이었달까. 다 덤벼, 보여줄게, 같은.
9. 박지훈
엄청난 눈빛을 지녔더라. 눈이 얼마나 오묘한지, 방정 맞게 “눈이 너무 예쁘세요"라고 말하고 말았다. 인터뷰어의 자세를 망각한 나. 조용하고 내향적인 성향인 것 같았다. 최근에 읽은 책을 이야기할 때 안 그래도 반짝이는 눈빛이 더 반짝이던 게 생각난다. 화면이 그의 눈빛을 다 담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아쉬울 정도다. 이후 강아지를 키운다는 기사를 봤는데 강아지가 강아지를 키우는 게 이런 것일까 싶었다.
10. 배진영
예상했던 것보다 내성적이지 않았다. 도리어 아주 활기차기까지 했다. 방송 초반에 얼굴을 숙이고 내성적인 모습을 비춘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 것 같았다. 부족한 모습을 알기 때문에 노력한다는 얘기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좋아하는 겨울 스포츠 이야기를 할 때는 정말 소년 같은 미소를 보이며 재밌게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아이 같은 순수한 영혼이 어른으로, 아티스트로 성장하기 위해 날갯짓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11. 라이관린
알려진 대로 엄청 똑똑하구나 생각했다. 그때 이미 한국말을 너무 수준급으로 하고 있었다. 인터뷰 원고를 전달했을 때 CJ측에서 내가 원고를 고쳤는 줄 알았는지, 라이관린이 한 한국말 표현에 대해서 몇 가지를 물어보았다. 그것은 전부 다 실제로 그가 쓴 표현이었다. 관계자와 대화를 나눴을 당시보다 더 빠르게 성장해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어마어마하게 잘생겼고, 또 보송보송했다. 홍콩 배우의 니즈 시절을 보는 것 같았다.
나는 워너원이 해체되고 각자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때가 생각난다. 그리고 그들이 그때 말했던 바대로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고, 아티스트로 성장해나가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어미 심정임 ㅎㅎㅎ) 개성이 강한 만큼, 매력이 다른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저마다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때의 그 모습이 언제고 남아 있어주었으면 좋겠다. 그 사랑스럽고 에너지 넘치는 소년미 말이다.
*출판사 편집자의 브이로그 <여자일기>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