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와 소설가의 작당모의
때는 바야흐로 석 달 전. <당신의 4분 33초>란 작품으로 황산벌 문학상을 수상한 이서수 작가님의 인터뷰를 보고 흥미가 돋아 작가님께 연락을 드리면서 시작된다.
출판사 쪽으로 연락드리기는 왠지 영업기밀을 들키는 것만 같아 문학상의 주최측인 논산시에 전화를 걸어 이만저만 해서 그러는데 작가님 연락처 좀 알려줄 수 있는지 물었더니
“지금 담당자분이 수혜 복구를 나가셔서 내일이나 들어와요. 연락처 남겨주시면 전화드릴게요.”
라는 회신이 돌아왔다. 그랬다. 지난 여름은 태풍으로 물난리가 나 공무원들은 부서와 상관없이 응당 현장을 누비고 다녀야 했더랬다.
다음날, 또 전화를 걸어서 어제와 같은 문의를 드렸고, 작가님의 의사를 확인해보겠다고 하며 전화가 뚝 끊겼다. 거절당하는 것은 아닐까, 바쁜 공무로 담당자가 이 업무를 잊으면 어쩌나 손에 딴을 쥐고 있을즈음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작가님이 전달해도 된다고 해서 말씀드려요. 010...”
그렇게 나는 자까님의 전화번호 11자를 손에 쥐게 되었다.
두근두근.
첫 전화는 언제나 떨린다. 첫인상에 말실수해서 일을 그르칠까봐 어물어물. 어물어물해서 얼띄어 보일까봐 또 어물어물. 나는 작가님의 수상 인터뷰를 인상 깊게 보았고, 혹시 뵙고 관련하여 에세이 집필을 논의드려도 될런지 조심스레 여쭈었다. 수상 인터뷰가 올라오자마자 논산시로 불나게 전화를 해대며 섭외 전화를 한 편집자가 이상해보지는 않았을런지 모르겠다.
전화로 미팅 날짜로 잡고 하루이틀이 지났다. 예상치도 못했던 코로나 난리로 2단계에 접어들어 만나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난감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허나 예정된 미팅을 미루게 되면 무기한이 될 것만 같아 조심스럽게 양해를 구했고, 우리는 제법 더운 여름날 야외 테이블에 앉아 한참 이야기를 했다.
인터뷰보다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더 많았다. 내가 인터뷰를 통해 흥미를 느낀 부분은 작가님의 그간 밥벌이였는데, 뵙고 이야기를 나눠보니 결혼관은 물론이거니와 기타의 사상들이 다분히 포스트 모더니즘적이지 않은가!
완전 요즘 세대가 원하는 사이다 여성상이잖아!
이윽고 우리는 의기투합하여 에세이를 기획하였는데, 시기적으로 좀 더 기다려보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 들어 아쉽게 첫 번째 기획은 반려되었다.
하지만 나는 결단코 작가님과 책을 내고 싶었다. 그래서 집념의 편집자 정신 발휘. 작가님의 인터뷰와 sns 피드를 찾아서 천찬히 다시 보게 되었고, 거기서 하나의 씨앗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그 씨앗을 두 달간 열띄게 (그렇다고 표현하기엔 다소 느슨했지만) 물을 주고, 햇빛을 씌워주며 새로운 프로젝트의 싹을 틔웠다.
그것이 팟캐스트다!
편집자와 소설가의 본격 책수다!
허나 전문성은 담보하지 못할 ㅋㅋ
(오픈은 12월 중이 목표예요)
팟캐스트 도전기 2탄 커밍순!
(유튜브도 하고 있어요. 장래 꿈은 콘텐츠 부자가 되는 건가 봐요. 불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