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을 뚫어 줄 해결책이 있으면 하는 바람
선악이 대결하는 구도에서는 이기고 지는 것이 명확한 것 같다. 나와 남을 구분하면 내가 이기는 것이 선이다. 나의 지평이 확장되는 만큼 선과 악의 범위도 커진다. 진영 논리니 이데올로기가 다 그런 나의 지평을 반영한 관념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논란을 잘 살피면 나의 지분은 별로 없음을 알 수 있다. 나도 부화뇌동 한 점이 많다. 정작 중요한 것은 나만 쏙 빼면 저쪽이나 이쪽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마동석이 장르가 되면서 모든 일이 권선징악의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관념이 보편화되지 않을까 우려되긴 한다. 회색지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면 싸움이 날 뿐 아니라 발전이 더디다. 여기인지 저기인지 고민하는 와중에 이도저도 아닌 제3의 길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각을 새로이 하면 안 보이던 것이 보일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마동석은 참 좋은 배우다. 장르라고 불리기 전에 그가 맡았던 악역 역시 찰떡이다. 주인공도 찰떡이고 악역도 찰떡이면 마동석은 연기를 참 잘하는 것이다. -물론 내가 보기에 그렇다.- 마동석을 보면서 선악의 역할을 넘나드는 연기자처럼 권선징악의 차원을 넘어서는 생각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