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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운 Nov 28. 2024

급변사태

자식의 변화

고현정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식과 친하지 않은 것이 이렇게 슬픈 건지 몰랐다"고 오열했다는 기사가 떴다. 자식을 키우는 사람이면 공감할 가능성이 많은 말이다. 같이 데리고 살아도 친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같이 살지 않으면 오죽하랴. 게다가 사춘기나 성장통을 겪고 있으면 말도 붙이기 어렵다. 자식이 무서울 때이다.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사람이 변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원래 사람은 안 변한다는 말도 있지만 내가 변하는 것처럼 내 주변 사람들도 변한다. 가장 크게 변하는 것은 자식들이 아닐까 한다. 갓난아기에서 아기로, 어린이, 청년을 거쳐 어른이 된다. 내게 왔다는 것에 감탄하고, 엄마 아빠를 부르고, 첫 걸음마를 떼던 날에 환호했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어느 새 어른이 된다. 어른이 되어 가는 자식들에게 가능하다면 그간 내가 겪은 경험을 전수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되도록 좌절과 실패를 겪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고 싶다. 적어도 그들이 고민하는 데 쏟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 해답은 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자식은 나의 이런 기대를 단숨에 무너뜨리면서 나의 스승이 된다. 나는 방황하는 자식을 보며 효자가 멀리 있는 게 아님을 알게 되고, 내가 부모님께 했던 잘못을 되돌아보게 된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기고만장했던 내 젊은 시절을 반성하기도 한다. 한편 나도 그 때는 그랬지만 그래도 나의 방황은 절제된 것이었고, 내 자식의 방황은 그러지 않을 것 같다는 걱정을 안고 산다.


해답이 있었으면 좋겠다. 답이 있으면 기대하고 기다리지 않아도 되니까 덜 괴로울 것 같다. 기다리는 데에도 에너지가 필요하니까. 용하다는 점쟁이가 있으면 가서 물어보고 싶다. 미래를 알 수만 있다면 내가 원하는 미래가 오도록 만들어 갈 수 있을 터인데.  또 드는 생각은 우리는 해답을 필요로 하지만 해답이 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해답을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의미에서 말이다. 자식은 자식 나름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고, 성인이 됐으니 알아서 풀어갈 일이니까.


모든 일은 끝난다. 사건 뿐만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물질도 사라진다. 정확히 말하면 다른 존재가 된다. 에너지 총량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원래의 모습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세상의 모든 현상이 다 그러하다. 답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도 언젠간 끝날 것이고, 영원할 것처럼 보이는 이 지구도 언젠가 사라질 것이다. 그 전에 내가 먼저 죽을 것이지만.


자식에게 원하는 것은 없다. 아니 하나 있다면 그가 스스로 자기의 인생을 잘 꾸려 가는 것이다.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그것 말고는 원하는 것이 뭐가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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