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게 다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세상
혼외자라고 하면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낳은 자식을 말한다. 결혼을 하려는 계획이 있었는데 애가 먼저 출생한 것을 혼외자라고 하지는 않는다. 결혼을 반대하는 와중에 낳았다거나, 애를 가지면 안 되는 관계임에도 애를 가졌을 때 이런 말을 쓴다. 어느 연예인이 혼외자를 가졌다는 소식에 인터넷이 난리다. 평범한 내 주변의 지인이 그런 일을 했다고 해도 지대한 관심을 가질진대 톱스타인데 오죽하랴. 사생활 침해라는 말은 이런 일을 만든 당사자의 유명세를 고려할 때 맞지 않는 것 같다. 이미 언론에 다 밝혀진 일인 데다 애초 알려지게 된 계기도 엄마가 SNS에 올린 사진이었기 때문이다.
혼외자라는 말에는 자식을 가지려면 결혼을 해야 한다는 뜻이 깔려 있다. 결혼을 하지 않고 애를 낳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이다. 이런 인식에 대해서 결혼을 해도 애를 낳지 않으려는 풍조가 강한 요즘, 결혼하지 않고 애를 낳은 것이 비판받을 일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대표적으로 한겨레 신문은 규제와 표준으로 개인의 선택을 옭아매지 말라, 전통적인 틀에서 벗어났지만 다양한 가족과 양육 방식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경향신문은 출산과 결혼이 같은 말이 아니라는 말로 이를 옹호하기도 한다.
혼외자를 가졌다는 것 자체가 비판받을 일은 아니라는 이러한 주장에는 적극 동의한다. 삶에는 정답이 없고, 행복은 개인이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우리의 생활을 규제하고 있는 관습과 통념의 벽은 시대가 변화한다고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보다 자유롭고 다양한 삶의 방식을 인정해 주는 열린 사고가 필수적이다. 이런 면에서 정우성은 혼외자 논란에 불을 붙인 '선구자'의 반열에 올랐다고 보인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사건을 만들어 낸 톱스타를 변호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혼외자를 가졌다는 것은 결코 비판받을 일은 아니다.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그를 잘 키울 준비가 되어 있고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면 말이다. 그런데 정우성을 향한 비판은 혼외자를 가졌다는 자체가 아니라 그의 태도를 향한다. 혼외자를 갖기 전에 사귀는 사람이 있었다는 점, 게다가 일반인과 SNS로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는 것, 그리고 양육비를 지급하는 생물학적 아버지로서의 역할만 하겠다는 태도는 그가 평소에 보여 주었던 이미지와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태도가 더 화제가 되는 것이 아닐까?
비혼 출산을 터부시 하는 풍조가 사라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