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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가 되지 않으면서 충고하기

나의 기도가 가 닿기를

by 혜운

기도의 성공 요건은 꾸준함과 정성이라는 말이 있다. 한두 번 잠깐 해서는 성과를 얻기 어렵다는 말일 것이다. 기도뿐 아니라 어떤 일이든 안 그럴까. 꾸준하게 정성을 들이지 않고 이룰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모든 존재는 이어져 있다고 한다. 특히 부모와 자식, 형제 등 혈연관계로 맺어진 사이는 불현듯 뭔가 연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왠지 느낌이 이상할 때, 좋을 때 같이 느낀다. 텔레파시가 통한다고 할까? 옛적부터 우리 조상들은 정화수를 떠 놓고 자식이 잘 되기를 기도했다. 내가 잘 되는 것보다 자식이 잘 되는 게 중요했고, 나는 굶어도 자식이 배를 채우면 배가 부르다고 느꼈던 것이 조상들의 마음이었다. 외갓집을 찾을 때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할머니는 항상 뭔가를 주시려고 했다. 어린 나는 외할머니가 계셨던 곳의 돼지우리 냄새나 고즈넉함이 싫었다. 엄마가 가니까 따라가긴 했지만 얼른 다시 집에 오고 싶은 마음이 컸던 기억이 난다. 좀 철이 들어 청년이 된 이후 자발적으로 찾아가면 할머니는 며칠 묵은 빵도 주시고, 얼마나 오랫동안 품고 계셨을지 모를 지폐를 주섬주섬 꺼내 주셨다. 철이 좀 들면서 이런 사랑, 그야말로 무조건적인 사랑을 내가 받을 만한가 의문을 갖기도 했다. 지금까지 그래도 별 탈 없이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사랑의 마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정말 견디기 어렵고 힘든 상황이 있었지만 그래도 견디도록 한 것이 나를 향한 이와 같은 무조건적인 사랑 때문이었을 것 같다. 뭐라 말로 설명하지 못할 느낌인데, 너는 중요한 사람이라고 누군가 속삭여 주는 것 같았다.


새삼 질량보존의 법칙이 생각난다. 물이 없어지는 것 같지만 다른 형태로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말도 생각난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게 아닌 것처럼 과학으로 증명하지 못한다고 참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지 않을까? 나의 이런 생각에 어떤 이유로든 반론을 제기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다만 나는 우리가 모든 것을 알고 있지 못하다는 것, 세상은 알아가야 할 것이 아직도 많다는 것만 인식해도 충분히 겸손해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석사과정 때는 그렇게 자신감이 넘치지만 박사과정을 하면서 점차 말수가 줄어가는 학생들처럼 말이다. 새파란 청년이 무서울 게 뭐 있으랴. 나이 든 사람이 세상이 무섭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행동거지에 드러나지 않는가?


기본이 중요하다는 건 말을 해서는 모른다. 경험해 본 사람은 말을 하지 않아도 느낀다. 너와 내가 어떻게든 이어져 있다는 생각이 그런 기본의 바탕이 되지 않을까. 나의 기도가 언젠가는 대상에게 가 닿기를 기원한다.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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