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원 읽고 우울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표지사진 출처: [삼성 `이재용 회장` 시대] `1978년생` 구광모 벌써 5년 차… 3~4세들 경영 중심에
삼성전자의 주가가 영 신통치 않다. 속앓이를 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불만도 많고. 이재용 회장은 3조 원을 잃었다고 한다. 그런 돈의 실체가 있긴 한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주식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주식값이 경제에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느낌은 있다. 우리나라 최고 기업의 주식값이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낮아진다면 문제가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은' 한다.
삼성이 스마트폰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잘 나갈 것이라고 예측했던 사람들도 있지만 걱정했던 사람들도 있다. 걱정 중에 인상적이었던 것이 있다. 삼성이 일류는 아니라는 말이었다. 아마도 대학교수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2류까지는 어떻게든 쫓아갈 수 있다고 했다. 잘 따라가고 빨리 따라가면 되는 게 2류까지라는 말이었다. 일류는 다르다. 따라가고 모방하는 것을 벗어나 자기 것을 창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신문인지 책인지 인터넷 기사인지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그 지적을 읽으며 소름이 끼쳤다. 일류와 2류의 차이를 이렇게 명확하게 설명한 내용을 접한 것이 처음이었기에,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이 계속 장악하겠구나, 우스워 보였던 미국이 위대해 보였다.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말은 쉽게 할 수 있지만 쉽지 않다. 모방이 창조의 시작이라지만 남이 써 놓은 글을 읽고 비슷하게 다시 쓰기도 어려운데 하물며 없던 것을 창조하는 것은 오죽 어려우랴. 그 글을 읽은 게 스마트폰이 막 각광을 받기 시작할 때라 꽤 오래전 일이라고 기억된다. 그 이후로 나는 삼성이 일류가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삼성을 그전보다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잘은 모르지만 나는 삼성이 선방했다고 본다.
재벌 총수로서 이재용의 인간성이 어떤지, 조직을 어떻게 이끌어 가는지는 전혀 모른다. 간혹 언론에 나오는 모습을 보면 나쁜 사람 같지는 않다는 느낌만 있다. 감옥에서도 운동을 하고, 재벌답지 않게 중고차를 사서 직접 운전도 하고, 내겐 그렇지 않지만 저렴한 운동화를 신고 다닌다고 들어서 괜찮은 사람 같다는 생각은 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여기저기 불려 다닌다는 것이다. 돈이 많이 없는 일반인은 송사에 휘말리면 패가망신한다. 변호사비를 충당하기가 일단 쉽지 않고, 재판에 불려 다니면서 시간을 쓰다 보면 생업은 뒷전이다. 어느 회사가 송사에 휘말려서 바쁜 사람을 쓰려고 하겠는가. 자영업을 하는 사람이면 사업을 접어야 함은 당연지사다. 돈이 많은 재벌이야 소송비 부담은 없고, 나를 대신해서 기업을 이끌 사람이 있으니 별 걱정은 없을 거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소송이란 것은 여간 힘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일정을 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의 모든 일정을 소송에 맞춰야 한다. 몇 년 동안 송사에 휘말리면서도 지금 정도의 성과를 냈다면 이재용이 훌륭한지 여부를 떠나서 삼성이 튼튼한 것일 게다. 이재용은 아마 부친의 부음으로 부과된 상속세 때문에 부친상의 슬픔을 제대로 느낄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삼성이 선방했다고 보는 것이다.
재벌과 연예인 걱정은 하지 않는 거라고 한다. 나는 당연히 하지 않는다. 그런데 나름 어려운 점이 있었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비난하는 행태가 걱정될 뿐이다. 주가가 좀 떨어졌는데 총수를 바꾸면 주가가 오를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그도 인간일진대 여기저기 불려 다니는 게 마음이 편했을까? 통닭을 좋아한다는 말은 들었는데 떡볶이를 좋아한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대충 관상을 보면 폭탄주도 별로 즐길 것 같지는 않다.
두어 달 전에 노트북을 바꿀 때 삼성 노트북이 너무 비싸서 저렴한 외국산 노트북을 골랐다. 삼성 주식이 떨어졌다지만 내가 맘 편히 살만큼 싼 것은 또 아니다. 다음번 노트북은 삼성으로 사고, 주식값이 떨어졌다니 돈을 좀 모아서 삼성전자 주식도 좀 사야겠다. 더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