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으로 자주 듣는 '계산하실게요'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역대급'으로 많이 듣는 말인데 '하실게요', '오실게요', '계산하실게요'다. 주로 뭘 사러 가거나 서비스를 받을 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으로부터 듣는 말이다. 뭔가 좀 어색하다.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실게요", "짐 챙겨서 내리실게요". 아주 친절하고 우아한 말처럼 들리지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말이다. '천천히 들어가세요', '짐 잘 챙겨서 내리세요'라고 하면 마음이 좀 편할 것 같은데, 꼰대라서 그런지 '들어가실게요', '내리실게요'라는 말은 듣기 불편하다. 왜 불편할까 생각해 봤다.
여기저기 살펴보니 '~ㄹ게요'는 말하는 사람의 의지를 나타내는 말이라 존댓말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안으로 들어가실게요'는 내가 안으로 들어가겠다는 의미라서 존댓말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말하는 사람(안내하는 사람)이 손님(나)에게 하는 말이므로 손님을 높이는 말을 써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물을 수 있다. 여기에 대한 답은 '~ㄹ게요'는 다른 사람에게 쓰는 말이 아니고 내가 쓰는 말이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ㄹ게요'라는 말을 쓰면 안 된다는 것이다. 언어야 원래 시대상을 따라가는 것이라 언젠가는 바뀔지 모르겠다. 이런 말을 여기저기서 듣고 자란 어린이들이 어른이 되면 '~하실게요'가 자연스러운 말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이런 말이 자연스럽게 쓰이는 것은 이런 말을 사람들이 '역대급'으로 많이 써서 그럴 것이다. 여기서 또 하나. 역대급? 언제부터 쓰인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2015년 어간부터 급격히 쓰인 말이라고 한다.[[알고 쓰는 말글]‘역대’에 ‘역대급’은 없다 - 경향신문] 주요 신문도 '역대급'을 아무 거리낌 없이 쓰고 있다. "이번 대형 돗돔은 국내 공식 기록 중 역대급 돗돔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제주서 잡힌 ‘전설의 심해어’ 돗돔...크기가 무려 183cm]
자주 쓰면 맞는 말이 된다고 한다. 2011년까지 짜장면이 틀리고 자장면이 맞다고 했는데 사람들이 '표준적으로 사용하는' 짜장면이 왜 표준어가 아니냐는 항의에 짜장면이나 자장면이 다 맞는 것으로 했다니 말이다.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마다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공신력을 갖춰야 하는 곳에서는 적절한 표현을 써 줘야 최소한 뭔가 어색하다는 느낌 정도는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면 지금 쓰인 글들을 읽기 어려워지는 시기가 올까? 학창 시절에 고려가요 공부하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도 최소한 "역대급", "들어오실게요"라는 말은 안 썼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글, 잘 쓴 글을 읽는 기회를 자주 갖는 게 해법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