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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성격이 어때?

성격이 MBTI로 설명이 돼?

by 혜운

너는 어떤 성격이야? 자주 듣는 물음이다. 대답하기가 너무 어렵다. 내가 어떤 성격인지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이고, 성격을 한 마디로 어떻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두 번째 이유이다.


요즘 MBTI로 성격을 가늠하는 것이 유행이다. 전에는 혈액형이나 별자리도 어떤 성격을 갖는지 추측하는 방법으로 쓰였다. 점술인들처럼 사주를 볼 능력이 안 되니 간단하게나마 짐작하는 방법을 고안해 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옛 말에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했다. 백전불패가 아니다. 적도 알고 나도 알아야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특히나 인간사에 이기고 지는 개념을 적용하면 삭막하다. 이겼다가도 지기도 하고 졌지만 이기기도 하는 게 인간관계이니 승패라는 말을 인간관계에 쓰면 막 나가는 거다. 어쨌든 내가 상대하는 사람의 성격이 어떤지 알면 그 사람과의 관계가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이 아닌가 싶다. 그러면 영 싫은 사람이면 성격도 잘 알고 하니 그 사람과의 관계는 위험하든 말든 상관없다는 말도 된다.


사회생활에서 사람의 성향을 파악하는 능력은 처세에 매우 큰 도움이 된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알면 '심기'에 맞게 행동할 수 있으니까 인정받기도 쉽다. 인정이라는 게 '좋아한다'는 감정이 깔려 있으니 좋아하는 사람을 인정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윗사람의 성격은 그렇게 맞추면 된다. 내가 그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까 싫어하고 좋아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래서 그 사람이 좋아하는 쪽으로 맞춰주면 나도 편하고 그도 편하다.


반대로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보는 것은 어떨까? 내게 잘 맞춰주는 하급자라면 성격이 좋고, 그렇지 않으면 성격이 나쁘다고 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윗사람이건 동료건 잘 맞추는 사람의 성격이 모났을 리는 만무하다. 사소한 것에 심사가 뒤틀리는 사람은 까칠하다는 평을 듣기 십상이다.


한편 까칠한 사람은 제 성질을 모두 표현하니 스트레스는 안 받을 것이다. 적어도 맞추는 데 드는 힘은 쓰지 않을 것 아닌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맞추려면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 좋아하지 않는 하급자보다 상급자가 몇 배는 더 힘들다. 하급자야 윽박지르면 되지만 상급자에게 화풀이를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불쑥불쑥 솟는 성질을 죽여야 하고 참아야 하는데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니다. 이렇게 얻은 스트레스는 풀어야 하는데 어디 가서 풀까? 나는 운동을 한 덕분에 달리기를 잘하게 됐다. 이렇게 보면 잘 맞추는 사람은 성격이 둥글둥글하다고 표현하기보다 잘 참는 성격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원래 참는 것을 잘해야 성공한다는 말도 있으니 과히 틀린 말은 아니다.


내가 어떤 성격인지 잘 모른다는 것은 바쁘다는 것이다. 정작 중요한 것에는 에너지를 안 쓰고 해도 그만 말아도 그만인 데 신경을 쓴다. 우습지 않은가? 남의 성격이 어떤지는 잘 파악하면서 정작 자기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성격인지 설명을 못한다는 거 말이다. 나는 그랬다. 그래서 이젠 내게 더 관심을 갖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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