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해지는, 소모되는 인생을 넘어서

화가 김완선

by 혜운

사진 출처: 데뷔 40주년 김완선, 美 뉴욕서 화가로 첫 개인전…"팝스타의 삶 해체" < 문화 < 기사본문 - STN NEWS


의식에도 수준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과거에 했던 언행이 부끄러워진다거나 후회된다면 그 당시보다 의식의 수준이 높아진 것이라고 한다. 그게 무슨 말일까 생각해 보니 철이 더 들었다거나, 축적된 경험에 생각이 무르익었다는 말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결론에 이르렀다. 어렸을 때 어떻다고 생각했던 것이 지금은 달라지는 것, 또는 생각에 여유가 생겼다는 것도 의식의 수준이 높아진 것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완선이 Icon on Demand라는 전시회를 연다고 한다. 이 기사를 접하고 든 생각은 '멋있다'였다. 요즘 말로 하면 "쩐다" 정도일 것이다. 가수인 줄만 알았더니 화가이기도 했다. 내 또래치고 김완선 노래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로 핫한 스타였는데, 한 동안 매체에 등장하는 게 뜸하더니 화가가 되어 나타난 것이다. 지금이야 누나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나이가 됐지만 내가 중학생 당시에는 언감생심이었다. 과연 이 멋진 누님이 어쩐 일로 화가가 되셨을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기사를 좀 더 읽어 보니 철학자가 다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 전시회를 엶으로써 팝스타로서 '수요'에 의해 움직여지던 과거의 삶을 환기할 수 있었고, 전시회를 통해 스스로 이미지를 생산하는 주체라는 것을 선언하고 싶었다고 한다.


내가 그가 멋있다고 생각한 부분은 이 지점이었다. 그동안 그토록 화려하고 멋진 퍼포먼스를 펼쳤던 사람이 스스로 뭔가를 생산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고백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에서 몰려드는 스케줄 요청을 소화하려면 엄청난 에너지를 썼겠지. 게다가 그 스케줄이 웬만한 것인가. 가수로서 춤과 노래를 시연해야 하는 스케줄이었을 것이 아닌가. 또한 그는 공연의 주인공이니 자기의 퍼포먼스는 물론이고, 주위의 세세한 세트 구성까지 하나하나 신경을 썼어야 했을 터이니 지금 이렇게 방부제 미모를 뽐내는 것이 이상할 지경이다. 그런 화려함을 펼치는 사람이 이제 스스로 뭔가를 생산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선언했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그만 배우라고 했던 어느 철학자의 말이 문득 생각났다. 이제까지 배웠으며 됐지, 그 나이가 돼서도 배움에 편향되는 것은 자기 나름대로의 생각이나 방향이 없다는 거 아닌가 경책 하는 말이었다. 읽기만 하고 쓰지는 않거나, 듣기만 하고 말하지 않는 것을 비판한 것이다. 사람은 모름지기 '경계'에 있어야 한다면서, 쓰기 위해 읽고, 말하기 위해 듣고, 가르치기 위해 배운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게 그리 쉬운 단계는 아닐진대, 내가 평가하기는 뭐 하지만 김완선은 그런 단계에 접어든 철학자가 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멋지다. 그가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게 그래서 그런가?

작가의 이전글나의 강퍅함의 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