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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 Aug 13. 2023

[30대 대장암]10. 항암미뤄짐, 면역증강제 처방

결국 미뤄진 항암 4차

 우울감을 잔뜩 안았던 항암 3차가 끝나고, 항암4차를 하는 날이었다. 나는 이사를 앞두고 있어서 여러가지로 좀 바쁘긴했지만, 그렇게 내 컨디션이 안좋다는 생각은 안하고 있었다. 근데 이상하게도 요양병원에서 주사를 맞을 때 자꾸 멍이들고 자꾸 아팠다. 그냥 그런가보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2일에 시행했던 피검사 결과가 그 이유를 말해주었다.

2023.2.2. 항암4차 사전검사로 피검 및 엑스레이를 했다.
백혈구 수치가 500이었고 "이번에는 안 돼요."라고 의사선생님이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아 근데 이 말을 듣는데 이제 짜증도 안났다. 올 것이 왔나 이런 생각을 했을 뿐?뭔가 엄청 허탈한데, 더 이상 강요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랄까. 지난번처럼 백혈구 수치를 확 올릴 수 있는 주사를 맞고 진행할 수는 없겠느냐고 물었더니, 절대 안된단다. 백혈구 수치가 1100정도는 나와야 평균이고, 지난번에는 870이 나와서 그냥 진행할 수 있었는데 사실 지난번에도 쉬어갔어야했는데, 내가 무리하게 진행하자고 해서 이런거라고. 500은 절대 안 된단다.

 내가 헤리주사 맞고, 다른 면역 영양제도 먹고 있는데 이렇게 수치가 떨어지는 걸 보면 진짜 항암제가 무섭기는 무섭구나 싶었다. 결국 류코스팀 한대 빵 맞고 그대로 집으로 돌아오기로 했다.

항암3차까지의 부작용
하긴 항암 3차까지 하고나서 최근에 느낀 부작용들을 좀 생각해보면 확실히 1,2차때보다는 심해졌다.
1. 어지러움증 증가
   어지러움증이 증가했다. 앉았다 일어날때, 계단 오를때, 순간적으로 앞이 안보이는 시간이 길어졌다. 나는 이게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아져서 그런 게 아닐까 싶었다. 아 이번엔 헤모글로빈 수치를 물어보지 못했군. 앞이 잘 안보인다고 했더니 의사선생님은 그건 제가 알바가 아니라고 했다. 응...? 머지  제가 알 바 맞는거 같은데요.. 허허
2. 피부 벗겨짐
   피부벗겨지는게 더 심해졌다. 특히 왼쪽 발은 더 심해졌다. 이것도 발마다 차이가 있는 거 같은데 오른쪽은 상당히 더디게 점같은 게 생기는 정도였고, 왼쪽발은 점도 많이 생기고 껍질이 그냥 손으로 다 떼질정도로 쫙쫙 벗겨짐..
3. 우울감 증가
    그냥 우울해짐.
4. 멍이 잘 듦
    주사를 맞을때 무조건 멍이 든다. 벌써지금 4번째 멍이 들었다. 멍으로 남아나지 않는 팔 ㅠ 그리고 피뽑을때도 유달리 엄청 아팠다. 이렇게까지 아프지는 않았는데....

이런 부작용도 있고, 미뤄지지 않던 항암이 미뤄져서 요양병원에서 다른 처방을 좀 더 해주었다. 면역 증강을 위한 처방!
아래 3가지로 요약되는데,
1.메시마에프
2.유산균: 바이오탑, 라시도필
3.리포토신, 구치온 주
이다.  

1. 메시마에프​
우선은 이전에 병원에서 추천받았으나 먹지 않았던 메시마에프. 한신제약 에서 나온 제품으로 상황균사체로 만들어서 소화기암, 간암 수술 끝나고 항암을 할때 같이 먹어주면 좋다는 영양제였다.
 반드시 의사 처방이 있어야 받을 수 있고 상당히 비싼 영양제였다. 블로그도 유튜브도 아무리 찾아봐도 이거 먹고 효과를 봤다는 사람은 없고, 그냥 요양병원에서 홍보차 올린 것밖에 못 봐서 선뜻 먹기가 부담스러웠는데, 일단은 좋다니까 먹어보기로 함.. 한 포에 20ml들었고 일단은 한통 30개만 처방받았다.
[원료약품 및 그 분량]
20ml중 상황균사체엑스 1.1g
보존제 벤조산나트룸 0.012g
기타 정제수, 시트르산수화물, 소르비톨액
(설명서에 적혀있는 거임..)


[맛]
약간의 홍삼스러운 맛이 났는데, 정관장 데일리 1포 먹는 기분이었다. 약간의 달달한 맛도 가지고 있어서 나는 크게 거부감은 없었다. 20ml라 생각보다 액체가 많음 ㅋㅋ

[효능 효과]
1. 자궁출혈 및 대하, 월경불순, 장출혈, 오장 및 위장기능 활성화, 해독작용
2. 소화기암, 간암, 환자의 절제수술 후 화학요법 병용에 의한 면역 기능의 항진
​ 내가 걱정했던건 1번 사유였다. 혹시라도 자궁과 같은 여성 기관에 호르몬적 영향을 줄 수도 있을까봐 걱정이었다. 처음에는 안먹었는데 면역력이 너무 떨어지니이걸 몇 번이고 병원에 확인을 하고나서, 먹게되었다.
 결론은 자궁에 영향없고- 오히려 좋게 하고 소화기암에 도움이 된다는 것임! 어쩔수없어 믿고 해야지.

[용법 용량]
설명서상 소화기암, 간암 환자의 절제수술후 1일 3회를 식전에 경구투여한다.

2. 유산균​
그리고 변이 좀 제멋대로 나와서 처방받은 유산균.
바이오탑 & 라시도필이다. 라시도필은 일전에 대학병원에서도 처방받은 적이 있어서 주저하지 않고 처방받았다. 암환자뿐아니라 일반 사람들도 먹으면 좋은 유산균이라고 한다.
잘 몰라도 이게 고급 유산균제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았다. 처방해주신 선생님이 뭐라뭐라 설명을 하셨는데, 무슨말인지 몰라서 그냥 안적음. 어쨌든 먹으면 장 내 유익균을 살리면서 장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니까 대장암환자인 나는 좀 잘 먹어봐야겠다.

 그리고 항암치료가 끝나고도 계속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인체에서 장이 진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뇌랑도 연결이 되어서 전반적으로 영향을 크게 끼친다고 한다. 특히 우울감이나 정신적 스트레스에도 영향을 줄 수가 있다고 한다. 단순히 소화기관의 역할만 하는게 아니고 전체적인 컨트롤을 하는 거니 장건강에 도움이 되는 유산균을 먹어줄 필요가 있겠다. 그래서 사람들이 속이편해야 다 편하다고 하는가보다. 나는 이때껏 락토핏이나 바이오요거트 같은 달달한 유제품만 먹었는데, 이제 그런거 먹지말고(어차피 유제품은 암환자한테 안좋음) 알맞은 유산균을 먹어서 건강을 챙겨야겠다. 앞으로 여기에 돈을 아끼지는 말아야지.

3.리포토신, 구치온 주​
플라틴 약물의 부작용이 계속 되어서(부작용이 사라지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리포토신, 구치온 주를 한 번 더 맞음.. 역시나 효과를 바로 알 수는 없는 것이었지만 좋다하니 맞았고, 혈관통과 메스꺼움은 바로 나타났으며 낮아진 백혈구 수치 덕분에 팔에 크게 멍도 들었다. 굿잡이다 아주..


뜻하지않게 항암 치료가 길어지게 되었다.
역시 사람일은 계획대로만 되지 않는구나.
어제 회사동기들이 승승장구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축하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나는 상대적으로 뒤쳐지는 거 같아 되게 우울했었는데 오늘 되니 또 괜찮아졌다.  각자의 인생은 각자의 사정대로 흘러가는 거니 너무 마음두지 말자.

암에 걸렸다고해서 달라지는 건 크게 없는 것 같다. 잠시쉬고 다시 또 열심히 살아야한다. 이것도 어쩌면 살만한 정도라 가능한지도. 다행인 일이다.

 다시 악을 쓰며 열심히 살아야 하는게 한편으로는 답답하지만, 그래도 좀 더 유연해져서 남은 인생을 말랑말랑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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