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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 Aug 13. 2023

[30대 대장암] 11. 항암4차, 드디어 집으로!

두 계절을 지나 드디어 집으로 간다

항암 4차가 끝났다.  8차까지가 정석인데, 선생님이 4차나 8차나 학계에서는 비슷하다고 판단을 해서 일단은 4차로 종료하기로 했다.

항암 4차 젤록스요법 - 용량이 많이 줄었다.
2023.2.16. 옥살리프라틴 100ml
2023.2.16.~3.2. 젤로다 1일 1,200mg
그런 생각을 했다. 이게 제발 인생의 마지막 항암이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생각. 정말 항암은 보통 일이 아니다.

항암 4차의 기본적인 진행방식은 똑같다. 첫날 옥살리플라틴을 맞고, 14일간 젤로다를 먹는 것. 이 간단한 방법은 항암 중에서도 가장 약한 정도의 항암임을 말해주는 것이지만 나는 그것조차 너무 힘들었다. 지금도 이러할진대 더 심하게 아프면 진짜 왜살아? 싶을 만큼 괴로웠던 시간.  

이번에는 선생님이 용량을 많이 줄여주셨는데, 용량이 줄어드는 게 좋기는 했으나 사실 암환자인 내 입장에서는 용량을 줄이는 것만이 능사일까?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기본8회를 하는 항암을 4회로 줄인것도 사실 좀 무섭기도 했다. (4회로 줄인 것은 대장암 2기 B T4a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하지만 결국 랜덤이라니 뭐. 그래 사실 암걸리는 것도 랜덤이야..... 사는 게 다 그렇지

아이러니하게도 용량이 줄어도 부작용은 줄지 않았다. 옥살리 용량도 100으로 줄고, 젤로다도 줄어서 그 부작용도 줄어들거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항암 일정을 2주일이나 미루고 백혈구를 잔뜩 올리고 시작했는데도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가.... 와 진짜 항암이 독하구나 하는 생각 다시 절로들었다. 이번에는 링거도 잘 들어가지 않았다. 바늘도 잘 안들어갔고 약도 안들어갔다. 어쩌다가 4번 모두 왼쪽 손등에 맞게 됐는데, 사실 항암 끝난지 6개월이 다 돼 가는 지금도 손등이 시큰거리고 아프다.

 부작용을 정리해보자면,
1. 오심, 구토
 꼬박 3일을 아무것도 못먹었다. 병원식사도 못먹어서 취소했다. 그리고 안먹어서 토를 안할 줄 알았는데, 구토는 신물이라도 했다. 3일만에 3킬로 빠진듯? 물론 이건 금방 회복하긴했지만..
2. 손발저림 - 걷기 힘듦
 이건 항상 있는 거였는데, 약간 줄어드는 듯 하다가도 계속 자잘하게 있었다. 3일동안 누워있었기 때문에 씻지도 못했고 핫팩 데고 그냥 계속 잠만 잤다. 아픈 기간이 겨울이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던지.
3. 발 껍질 벗겨짐 - 말해뭐해 이번엔 발톱도 새까매졌다.
4. 복통 설사
 이번에는 복통을 심하게 동반한 설사가 조금 있었다. 신기한 건 별로 안먹는데도 계속 나온다는거였다.
5. 앞이 잘 안보임

 실내에만 있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약때문인지 모르겠다. 눈이 침침하고 뿌연느낌이었다. 안압도 좀 올라가는 느낌이어서 진짜 무서웠다.
6. 어지러움 증가 - 화장실에서 쓰러질 뻔했다.

대략 이정도였는데, 1차 때랑 비슷한 느낌이었다. 정말 항암은 해도해도 익숙해지지가 않는구나. 회차가 거듭될 수록 더 몸이 약해져서 그런 것 같다.

어쨌든, 이렇게 2주동안 열심히 약을 먹고 드디어!!!!

 항암이 끝났다!!!!  

이게 내 인생에서 마지막 항암이길....!!!!

그리고 드디어 요양병원도 퇴원을 할 수가 있게 되었다.
계절이 두 번 바뀌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추위를 많이타고 손발이 쉽게 차가워지는 나에게 겨울에 아픈건 어쩌면 축복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맥반석 바닥과 온수가 콸콸 나오는 화장실이 그리울지도? 간호사선생님이 마지막에 관리 잘하셔서 다시 오지 마세요 라고 했는데 사실 진짜 자신이 없긴하다. 수술 후 2년 내에 재발이 가장 많이 된다고 하니 헤리주사도 좀 맞고 식단 관리도 하고 운동도 하면서 잘 지내보자... 근데 임신은.. 어떡해....? 대학병원 선생님은 임신해도 된다고 하셨는데, 근데 진짜 걱정인게,, 임신하면 또 변비 뭐 이런거 생긴다는데 그럼 또 재발하는거 아닐까. 겁나 죽겠다.

그리고 퇴원후 첫 일요일에 재활로 바로 영알 2봉 완등. 간월산 신불산! 갔다 온 다음날 아주 몸져누웠지만 빠진 근육을 어느정도는 뻠삥 시켰을거라 생각하면서 움직여주었다. 거의 뭐 이런것만 보면 정상인같아보이는데, 식사를 제대로 못한다. 겁이나서 화장실 없는 곳은 거의 못가고 뭔가를 마구 먹을 수가 없다. 2봉도 아침에 아무것도 안먹고 등반한건데.... 이정도면 나 강철체력이었던건가 아니면 짜내고 짜낸건가.

11월 2일부터 3월 4일까지 병원생활이 끝나고, 나는 암환자가 되어 살고있다. 그동안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다. 나는 여전히 열심히 살 것이고 회사생활도 가정생활도 최선을 다해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어떤 날은 아등바등하면서 초조해하거나 울기도 할 것이고 어떤 날은 반야심경을 외우며 허허 하고 넘어가기도 할 것이다. 내 옆사람들과 사랑을 나누기도 하고, 어떤사람과는 싸우기도 하고 그렇게 평범한 인간으로 계속 살아갈 것이다. 그래 결국,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술을 못 먹을뿐이고, 내가 좋아하던 케이크와 과자, 빵을 못 먹을뿐이다. 요즘은 100세시대라고 하니, 한명의 인간이 지금 태어나 그 애가 70살이 될 때까지 산다고 생각해보면 좀 더 이해가 쉽다. 그 70년이 후회가 남지 않게, 덜 우울해하고 더 웃으면서 잘 지내봐야지!

신불산에서 바라본 간월산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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