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 일기 [영감의 센터, 최고의 악동들]

by 양하은

내가 너무나도 아끼고 사랑하는 악뮤가 무려 7년 만에 정규앨범 4집을 들고 왔다.

사실 이번에는 해금과 만났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적어볼 계획이었다. 하지만 오늘의 나는 덕심이 충만하다 못해 넘쳐흐르는 상태다. 그들의 컴백이 주는 감동이 워낙 거대하다 보니, 계획 따위 잠시 미뤄두고 악뮤를 향한 진심을 먼저 꺼내 놓으려 한다. 뭐든 꼭 계획대로 연재할 필요가 있나. 이것 또한 글쓰기의 묘미 아닐까 ㅋㅋㅋㅋ

나의 사춘기와 함께 한 음악들

악뮤를 좋아하기 시작한 건 고등학생 때부터였다. 처음엔 그저 티 없이 맑고 순수한 가사가 좋았다. 나와 비슷한 또또래여서일까, 그들의 음악을 들으면 마치 함께 성장해가는 기분이 들었다.

입시를 위해 치열하게 연습하던 시절, 짧은 쉬는 시간마다 악뮤의 자서전을 읽고 그들의 노래를 들었다. 사실 선생님께 "전통음악의 깊이를 알려면 가요는 멀리해야 한다"는 엄격한 금지령을 받기도 했지만, 당연하게도 나는 몰래몰래 그들의 음악을 들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그들이 발표한 <사춘기 上, 下> 앨범은 힘든 시기를 통과하던 나에게 유일한 위로이자 안식처였다. 특히 수록곡 <사소한 것에서>와 <그때 그 아이들은>을 애정했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작은 조각들에서 행복이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가사는 내게 긍정적인 사고를 심어주었고, 성인이 되ㅓ. 정든 학교를 떠나야 했던 시점의 <그때 그 아이들은>은 나의 눈물버튼이자 따뜻한 격려였다. 그렇게 나는 악뮤만의 스타일과 가사에 속절없이 매료되었다.

챕터 3 : 시련을 지나 꽃으로 피어나다

친구가 말하길, 악뮤는 이제 '챕터 3'을 쓰기 시작한 것 같다고 했다. 순수했던 어린 시절, 찬혁의 군 전역 이후, 그리고 수현이 슬럼프를 딛고 일어선 뒤 찬란하게 피어난 지금의 순간들까지.

얼마 전 방영된 <유퀴즈>에서 찬혁이 했던 말이 잊히지 않는다. "내가 지금 수현을 돌보지 않으면 그녀를 못 볼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는 말. 음악을 프로듀싱하듯 동생의 삶을 프로듀싱하고 싶었다는 그 고백이 너무나 멋지고 감동적이었다.

어두운 터널을 함께 통과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절실한 존재인지 깨달았기 때문일까. 오늘 발매된 새 앨범 <개화> 속 두 사람의 목소리는 이전보다 훨씬 편안하고 안정감 있게 들린다.

특히 타이틀곡이 참 좋다. "기쁨 뒤에 슬픔이 있다는 건 아름다운 마음"이라는 가사에 이제는 나도 비로소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되었으니까. 때로는 '감당할 시험만을 허락하신다'는 말이 폭력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결국 기쁨과 슬픔 모두가 나를 성장시켰음을 부인할 수 없다. 노래 가사처럼, 이제는 그 마음들을 애써 밀어내지 않고 온전히 품어주려 한다.

마침내 활짝 피어날 우리를 위해

이번 앨범 <개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는 "우리 모두 충분히 피어날 수 있는 존재"라는 다정한 외침이다. 문을 걸어 잠갔던 수현에게 세상을 보라며 손을 내밀었던 찬혁처럼, 두 사람이 연결 속에서 함께 피어났듯이, 나 또한 누군가에게 작은 그늘이 되어주며 마침내 활짝 피어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그 모습이 거창하거나 대단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내 인생의 '데미안'이 되어준 존재, 악뮤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그들이 앞으로 써 내려갈 다음 챕터들도 기꺼이 지켜보며 함께 걷고 싶다.

나 역시 숱한 슬럼프를 겪어왔고, 어쩌면 지금도 그 과정 중에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안의 씨앗들에 꾸준히 물을 주고 싹을 틔우다 보면, 언젠가는 악뮤처럼 활짝 피어나 사람들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는 연주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소중한 소망을 품으며 악뮤의 음악에 몸을 맡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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