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변의 서재 Jan 31. 2022

퇴근일기 6. 조사입회

묵비권 행사는 영화 속에서나

조사입회란,
경찰서 또는 검찰청에서 피의자가 받게 될 피의자신문에 있어 변호사가 동행하는 것이다.


첫 조사입회를 갔다.

파출소도 출입해본 적 없는 내가 무려 경찰서에 처음 간다는 사실이 들켜서는 안 될 일이었다.


두려움과 초조함 가득한 얼굴의 의뢰인에게 난 최대한 능숙하고 프로페셔널한 표정과 말투로 피의자신문 그거 별거 아니라고 말했지만,

행여나 나도 처음이란 게 들킬까 봐 있는 눈치, 없는 눈치를 죄다 끌어와 미리 아는 척을 했다.


사건은 성범죄였다.

의뢰인은 즉, 피의자는 모든 상황이 상세히 기억나다가 하필(?) 범행 순간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쉬는 시간을 틈타 나는 알고 싶지도 않은 의뢰인의 진짜 속내를 캐내야 했다. 그리고 ‘기면 기다. 아니면 아니다’라고 답하라고 ‘아주 친절하게’ 다그쳤다.


눈빛이 매섭고 무심한 베테랑 경찰과

자기가 저지른 잘못이 범죄라는 것을 이제 막 이해하기 시작한 의뢰인 틈바구니에 껴서는

그들 간에  오고 가는 핑퐁 경기를 관람하고 있자니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


핑퐁 경기의 직관평은 이러하다.

그곳의 공기와 두 플레이어의 눈빛.

그것은 날 것 그 자체였다.

피의자가 추악하다는 느낌보다는 비굴하고 두려움에 떠는 그 나약한 모습이…

경찰의 진실을 캐내려는 본능적, 동물적 모습과 노골적 질문들이…

뭐랄까 인간사회의 보기 흉한 나체를 본 것 같아, 속이 울렁거렸다.


익숙해질 테지 아마?..

작가의 이전글 퇴근일기 5. 변호사는 선비인가요, 장사꾼인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