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여름 시작에서 두려운 외침
우중충한 독일 날씨는 갱년기에 독이다. 안 그래도 마음이 우울해 미치겠는데 회색 하늘에 치적거리는 비는 빈약한 마음을 더 너덜하게 만든다.
먹물 같던 하늘색이 6월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파랗게 바뀌면서 한 두 주 이상적인 날씨로 신나게 자연을 만끽하게 해 준 후 본격적인 땡여름이 시작되는데 지난 며칠이 그러했다. 자비 없는 땡여름은 아직 아니라 건물로 나무로 생긴 그늘에 서면 아직 간간히 뙤약볕에 달아오른 검은 머리를 식힐 수는 있다.
땡여름이 좀 더 발전하면 무자비한 여름이 되는데 에어컨이 상용화되지 않은 독일에서는 학교부터 시작해서 직장 곳곳에서 점진적으로 생산성을 줄이며 속도를 늦추기 시작한다. 먼저 애들 학교는 다음 주 지나면 방학이고 대학은 좀 더 버티다가 7월 중순까지 가긴 하는데… 이런 온도에 에어컨 없는 교실에선 학생들이 하품하느라 난리다.
이 땡여름 시작에서 무자비한 여름으로 넘어가는 사이에 학생들을 어떻게 구슬려서 공부를 시키나 늘 고민이었다. 전에는 넘치는 파워와 열정으로 (사실 그냥 목소리의 볼륨을 키우는 것에 불과하지만) 학생들을 잠못자게 괴롭혔다면 나이 들어 이빨 다 빠진 갱년기 호랑이가 된 지금은 나도 힘들어 자신이 없다. 기운이 쭉쭉 빠지고 혈관이 온도로 팽창되어 몸이 붓는 것 같은 느낌. 수소 풍선이 되는 느낌이다.
달력을 보니 종강까지 5주 남았다. 에어컨 없는 32도에서 수업은 참 거시기하다. 매일이 32도는 아닐 테지만 그 언저리에 왔다 갔다 하는 더운 날 찜통 교실을 생각하니 벌써 겁이 난다. 수업하는 나도 이런데 그걸 앉아서 들어야 하는 학생들은 어떨꼬… 돌아가며 하품하는 불쌍한 젊음들을 못 본 척해야 하는 것이 벌써 괴롭다.
수업 시간에 아이스크림이나 사주며 모두가 행복한 대학을 만드는데 일조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