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차리려고 쓰는 글
가스라이팅은 의지가 약하고 자신감 없는 사람들이 당하는 줄 알고 있었다. 여기저기 유튜브에 심리학자들이나 정신과 의사들의 가스라이팅에 대한 강의가 많아서 요즘 사람들이 의지가 박약하여 이런데 휘몰리는구나 하며 큰 관심을 두지 않는 테마였다 (그 없이도 충분히 빡빡한 인생이라…)
나는 꽤나 심지가 강하고 나보다 센 사람들에게는 잘 들이받는 편이라 내 인생에 가스라이팅이라는 주제가 설 곳이 있으리라 생각도 못했는데 지난 한 주 내가 당한, 아니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은 조금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가스라이팅이 분명하다.
말도 안 되는 이메일로 공격하는 인간을 상대하기도 시비를 일으키기도 싫어 조용히 하자는 데로 해 주었다. 그다음번 이메일에 엄청 공손하게 그것이 아니라며 다른 요청을 해왔다. 이번에도 잘못 대응하면 쓸데없는 감정싸움에 휘말리게 될까 속끄럽기 싫어 하자는 데로 응대해 주니 그다음 메일에 그것이 또 아니라며 다른 요청을 또 한다 (미안해하는 척을 하며…). 이쯤에서 멈추고 답변을 안 하려다 여기가 마지막이겠지 하며 응대를 해주니 (물론 본인이 원하는 것은 얻지 못했다- 세상에 없는 것을 요구하고 있기에…) 상대는 네가 나에게 숨기는 것이 있는 것 같으니 다른 사람에 묻겠다며 핑퐁게임을 마무했다.
아뿔싸 당했다. 나는 숨기는 것 별로 없이 사는 것을 인생의 모토로 산다. 그리로 그런일에 인생과 에고(ego)를 거는 종류의 허술한 인간이다. “네가 나에게 숨기는 것이 있는 것 같으니 “라는 말이 함축되어 있는 적군의 메일은 즉각 나의 분노 버튼를 눌렀다. 바로 분노의 챗바퀴가 돌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저 멍청한 이메일 핑퐁게임이 후회되면서 지금까지 상대와 상대가 보낸 메일들과 그것에 일일이 응대했던 나의 멍청함에 싹다 분노해서 씩씩대고 있다.
나도 참으로 한심하고 불쌍한 영혼이다. 누군가 작은 분노의 불씨를 내 갱년기의 웅덩이에 던지면 그냥 얼씨구나 하고 같이 빠져서 푸덕인다. 분노하다 갑자기 든 생각은 혹시 내가 정말 뭘 잘못했나였다. 관련된 다른 사람에게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받으려 전화를 했다가 욕만 잔뜩 먹었다… 제발 둘이 잘
해결하라고…
여기서 진심 깜놀했다. 상대의 말도 안 되는 공격에 우스워하며 대응하다 결국 내가 잘못했나?로 스스로를 의심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도달했다. 가스라이팅 당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쯤에서 깨달았으니 장렬히 끝낼지 언데 그동안 가스라이팅은 의지력 약하고 남의 눈치 많이 보는 루저들이나 당한다고 생각한 것을 통렬히 반성한다. 누구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다 (나 같은 강성이 당해서 그랬다기보다 이 단계까지 나도 모르게 끌려오다 보니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어떻게 이 사단이 나는 것인지를…).
나에게 정신 차리라 거세게 채찍을 날린다. 그만 대응하고 건강한 인간관계에 집중할 지어다! 인생에 정말 중요한 일에 다시 집중하고 심지를 굳히라고. 말리지 말자!!! 갱년기 호르몬 주사를 맞으러 가야하지 싶다. 새로 태어나게 된다고들 하던데… 참 인생 편안하게 살기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