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한 적 없는 가상의 버킷리스트 #1
회사를 옮기는 중간 텀을 이용해 40일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로 했다. 버킷리스트라는 걸 적어본적은 없지만,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 불빛없는 곳에서 누워서 쏟아지는 별빛을 바라보는 것 이 두가지는 꼭 해보면 좋겠다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한가지는, 어쩌면 두가지 모두 이룰 수도 있을 것 같다.
긴 여정을 준비하면서 불안한 마음에 유투브에서 다큐멘터리 몇편을 찾아보게된다. 산티아고를 걷는 사람들마다의 길을 걷는다는 것에 대한 해석이 다 다른 것이 무척 흥미롭게 다가온다. 한 청년은, "초반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으로 걷기 시작해요. 하지만 점차 힘겨워지는 것을 느끼게 되고요. 이 길을 걷는 것은 마치 인생 같아요" 라고 말하지만, 한 중로의 여성은 "인생과는 다른 것 같아요. 길을 걷는게, 살아가는 인생만큼 힘들지는 않잖아요. 길이 훨씬 더 쉽죠" 라고 읖조리듯 이야기한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중로의 여성의 해석에 조금 더 공감이 가게 들린다.
나에겐 800km의 길을 걷는 느낌은 어떻게 다가올까? 그냥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나라는 투덜거림의 시간이 되는것은 아닐까? 어떤 해석이되던지간에 나름대로 인생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이 될 수 있을까?
어떤 이는 가방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물건을 덜어내면서 인생의 짐을 생각한다는데, 아직 나는 "짐을 들고 걸을 수 있을까?", "안좋은 관절에 통증이 오면 어떻게 하나?" ,"파리에서 새벽에 비행기를
놓치면 어떻게 하지?" 이런 류의 저급한 걱정뿐이니, 저런 내공을 쌓기엔 아직 멀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