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밤 11시30분이니, 아마도 글을 다 적고나면 출발 하루전으로 바뀌어있을거다.
산티아고순례길을 걷겠다고 마음먹고 , 서둘러 비행기표를 예매하고는 20여일간 아침 저녁에 몇km정도 걷는 수준으로 준비해오고 있다. 하지만 2-3주 정도 산책 수준의 운동은 턱없이 부족한 준비라는 것을 날이 갈수록 깨닫게된다. 부실한 체력을 보완하려면 짐이라도 줄여야할텐데 가방의 무게는 전혀 줄이지 못하고 있다. 물건은 최소한으로 가져가겠다 생각했지만, 아무리 덜어내도 여전히 배낭의 무게는 8kg를 넘게된다. 비누를 반으로 지르고, 꽉찬 치약을 반쯤 남은 치약으로 바꿔보지만, 한편으론 새로 구입한 보조배터리와 셀카봉까지 넣고 있으니. 무게가 줄 턱이 없다.
어제 밤엔 배낭을 메고, 풍덕천 산책로로해서 약 10km정도를 걸어보았다. 덥고 귀찮았겠지만, 고맙게도 여행 전 마지막이라고 긴 거리를 아내가 동행해주었다. 이제 혼자 긴 거리를 걷다보면, 함께 누군가 걸어준다는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겠지?
연로하신 부모님이 안산에서 충남 장항으로 이사하시게 되어, 부모님과 안산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있다. 걱정하실까봐 직장을 옮기게 되면서 사표를 낸 일과 아직도 옮겨갈 곳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2천리나 되는 길을 걷기위해 모레 출국한다는 사실을 말씀드리지 않았었다. 오늘 별일 아닌 것처럼 말씀을 드렸지만, 역시 걱정하시는 눈치다. 옮겨갈 직장에 대해서 연봉이나 조건 같은 것보다는 오랫동안 일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말씀을 해주시는데, 이 나이 먹어서도 부모님 걱정이나 시켜드리는 것 같아서 죄송한 마음도 든다. 많은 식구를 키우시느라 고생하시고, 자식들에게 폐를 안끼치려고 여든 넘게까지 직장을 다니시며 일하신 부모님이 외진 곳으로 가시는게 맘에 걸리기도 하지만, 여전히 자식들때문에 걱정하시는 모습이 더 마음을 아프게 한다.
빠듯하게 일정을 잡아 출국전에 충분히 휴식을 취하려고 했는데, 1-2주 전부터 새벽까지 잠을 못이루고 있다. 오늘도 밤은 깊어 가는데, 여러 생각이 머리에 마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