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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hew Aug 27. 2016

출발이다

4시간 정도밖에 잠을 못잤는데, 4시30분 알람 시간 10분 전에 눈이 떠졌다. 일주일전부터 싸놓은 배낭을 짊어지고 집을 나선다. 40일간 못보는게 아쉬었는지, 아내도 같이 일어나 공항버스 정류장까지 차로 배웅을 해주었다.

공항 리무진 버스에서 몇일전 전자도서관에서 대출받은 산티아고 순례길 기행문을 읽었다. 감동적인 내용이 별로없는 기행문이었는데도 마지막을 읽는데 뭔가 뭉클함이 가슴을 울린다. 고통스럽게 길을 걷는 모습을 읽으면서 내가 사고를 친거구나라는 생각도 다시 고개를 쳐들고,  겨우 인사말과 숫자만 외운 스페인어만 가지고 40일을 버틸 수 있을까하는 불안도 찾아온다. 태어나 처음으로 가는 유럽, 그것도 파리로 가면서도 무엇을 보고 싶다가나 무엇을 먹고 싶다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 것을보면 순례길 앞뒤의 여행에 대한 기대보다는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두려움이 훨씬 더 큰가보다.

짐을 줄이기위해 길 걷는데 필요한 바지 두벌과 티셔츠 3개만 챙기다보니, 출국복장도 등산복에 등산화다.  커다란 배낭과 등산화를 신고 마치 북한산을 오르듯 공항을 돌아다니는 내 모습이 우습게 느껴진다. 하필 외국에 아웃도어 복장으로 다니는 한국인에 대한 기사를 본뒤라 아무도 관심없음을 알면서도, 괜히 혼자 민망해한다.  누군가 쳐다보며  "외국에 아웃도어 복장으로 다니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니 저기봐, 저사람도 그래" 이렇게 말하고, 난 "전 카미노 길을 걸어야해서 이렇게 올 수밖에 없다고요"라고 변명을 하는 상상 속의 대화를 하며, 오히려 더 씩씩한 척을 하며 공항을 돌아다닌다.


발권수속을 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이젠 출발이다. 무엇을 보게될까? 누구를 만나게될까? 무엇을 느낄까? 무엇을 얻을까? ...아님 무엇이라도 내려놓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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