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 전 파리에서
새벽 비행기로 비아리츠로 이동하기위해 파리드골공항 바로 옆 Ibis hotel로 숙소를 잡았다. 처음에 비행기표를 예매할때는 휴가 일정때문에 하루라도 시간을 아껴야하는 상황이어서 27일 도착, 시차적응 및 파리 구경, 29일 새벽에 비아리츠로 이동하고 빠르게 생장까지가서 카미노 여정을 시작하는 것으로 시간을 잡았다.
짜투리시간을 활용해 27일 도착부터 야경투어, 28일은 full day로 루브르 투어를 유로자전거 나라에 예약하고는 나름 시간을 잘 활용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뿌듯해했었다.
하지만, 도착 첫날 야경 투어에 참여하여 따라 다니다보니, 보통 가족과 친구 단위로 참여하는 관광 투어에 우두커니 혼자 참여하는 느낌은 뭔가 끼어서는 안될 자리에 불청객으로 온 느낌을 받게되었다. 동행끼리 이야기 나누면서 이동하고 함께 사진을 찍어주는데, 처음 사 갖고온 셀카봉으로 잘 맞지도 않는 구도안에 얼굴을 집어넣으려고 용을 쓰는 내 모습에 이게 뭐하는 짓인가 생각도 들었다. 관광이나 쇼핑이 주목적이 아니라 시차적응이 파리에 머문 목적이었기 때문에 혼자 유유자적하며 쉬었어도 될껄 하는 후회가 들었다.
첫날이 토요일이어서, 주말엔 전철이 새벽까지 다닌다는 가이드의 말을 믿고는 투어의 끝인 에펠탑 구경을 하기위해서 11시까지 따라다녔다. 반쩍이는 커다란 트리같은 에펠탑을 보다가는 이제 숙소로 가야지하면서 가이드에게 인사를 하니, 공항 막차가 곧 끝나니 서둘러서 가야만 한다고 재촉한다. 웬걸 공항으로 가는 전차는 시외선이라 새벽이 아니라 11시반이 막차였다. 시내까지 서둘러 지하철을 타는데, 익숙치않은 노선표를 한참을 봐도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고, 물어서 탄 전철은 어느 역으로 가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한참 고민하다가 전철을 내려 택시를 잡았다. 숙소 바우처를 보여주고 가격을 물어보니 50유로라고 한다. 비싸긴하지만 다른 대안이 없기때문에 택시를 탔다. 맘씨 좋은 인상을 가진 중동 출신의 기사가 뭐라고 이야기하지만 도통 알아들을 수 없으니 답답하기만 했다. 골목길을 한참을 가다가 보조석에 놓여있던 흰색 비닐봉지를 귀여운 사내아이를 데리고 젊고 예쁜 흑인여성에게 전해준다. 큰길이 아니라 이상하다 싶었는데, 가족에게 뭔가 주기위해 조금 돌아갔나보다. 나는 영어로 아내와 아이가 예쁘다고 한마디해주고, 택시기사는 불어로 한참을 서로 이야기하는데, 각자의 언어로 이야기하지만 대충 뜻은 전달된 거 같다. 택시를 잡을때만해도 예상하지 못한 비싼 지출이 부담도됐고, 택시 기사는 믿을수 있을까라는 불안이 있었지만, 기사의 가족을 본 이후에는 불안함은 없어지고 편안한 느낌으로 숙소까지 올 수 있었다.
28엘 둘째날 아침엔 작은 갈등을 했다. 뻘쭘하게 따라다녀야하는 투어를 취소하고 한인교회로 가서 예배를 드릴까, 아니면 신청했던거니 그냥 투어를 갈까로 한참을 고민하다가 전날 노트르담대성당에서 미사를 드렸으니 투어를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둘째날 투어도 어색하긴 마찬가지였지만, 주로 사진을 찍는 야경투어와는 달리 쉴새없이 이것저것 설명해주는 가이드만 따라다니면 되는 거여서 전날보다는 한결 마음이 편했다.
루브르박물관 전에 방문한 노트르담 성당에선 전면 천국의 문앞에서 각종 상징물들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조각 하나하나가 성경의 인물들과 예수님을 표현한 것이었는데, 조개 모양이 표시된 야고보 성인을 보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이외에도 열두제자와 성경인물에 상징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순례길을 걸으면서 만나게될 성당이나 Icon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걷게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투어에 참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어 스케줄에 루브르박물관에 머무는 시간이 2시간밖에 안되 아쉬움이 있었는데, 웬걸, 두시간을 걸어다니다보니 다리와 허리가 아파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몇년을 두고 박물관을 찾는다는 얘기가 괜한 게 아니었구나 싶었다. 압도적인 규모의 궁전을 전시실로 만든 박물관 자체가 예술품이었고, 책으로만 보았던 작품들을 직접 눈으로보면서, 다시와서 여유있게 작품들을 감상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번 파리 여정에 가장 큰 감동을 준건 첫날 투어 전에 만났던 노트르담 대성당이었다. 첫날 야경투어를 위해 모이기로 한 지하철 입구에 나오자마자 바로 눈앞에 맞닥트린 대성당의 위엄 앞에 가슴이 뛰었다. 수많은 부조를 보면서 알수없는 눈물이 나기도 했고, 높은 천장의 성당 안과 에피타상, 스테인드글라스는 분위기를 더더욱 엄숙하게 만들어주었다. 때마침 토요일 저녁 미사가 있었고, 투어 집결시간까지는 두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 미사에 참석해서 예배를 드렸다. 알수 없는 라틴어였지만, 다행히 순서지에 영어로 성경구절이 적혀있어 대강의 뜻은 파악할 수 있었다. 요새 개신교의 예배가 하나님에 대한 찬양보다는 나에게 임한 은혜나 복을 강조하고 있다면, 카톨릭 미사는 하나님에 대한 찬양에 더 포커스를 두고 있는 것 같았다. 정경만이 아닌 외경과 전통을 함께 강조하다보니, 카톨릭의 신앙을 받아들이기는 어렵지만, 예배의 중심이 나로 옮겨진 듯한 예배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성경 중심이 아니라는 이유로 카톨릭에대한 비판을 하지만, 정작 개신교도 Sola Scriptura 라는 초기 종교개혁자들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있지는 않나라는 생각이들었다.
한달뒤에 순례길을 마치고나면 다시 파리로와 이틀정도 머물러야한다. 처음엔 모든게 낯설고 신기해 돌아다니기 바빴지만, 그때에는 뭔가를 보거나 사거나 먹어야 한다는 강박감없이 유유자적 강가와 시내를 다니면서 혼자만의 투어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이제 3시간 뒤면 비아리츠-바욘-생장으로 이동하여 카미노를 시작이다. 맨몸으로 겨우 이틀돌아다녔는데도 허리가 아파왔는데, 30여일을 짐을 들고 다녀야하는게 두렵게 느껴진다. 입으로는 쉬엄쉬엄 갈 수 있는 만큼만 가자고 말하지만, 다른 교통수단의 도움없이 끝까지 완주하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어떻게든 되겠지. 이제 침대에서 나와서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