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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hew Sep 02. 2016

별이 쏟아진다

August 31, 2016

하루동안의 여정을 끝내고, 침대에 누워 하루를 정리한다. 어느 정도는 긴글을 올리고 싶지만, 아이폰에서 글을 적다보니 오타도 많고 문맥도 이상해진다. 오늘은 9시간이나 걸었더니 팔도 저려와 글을 적기도 힘들다. 사진이 포함되면 네트웍 문제로 브런치에 업로드도 안된다.

론세스바예스에서 배정받은 숙소는 본관이 아니라, 콘테이너 같은 공간에 4개의 이층 침대가 배치된 방이었다. 순례자가 늘어나다보니, 건물을 늘리기보단 수도원 한쪽 공간을 이용해  콘테이너 형태로 숙소와 샤워시설을 여러개 만들어 둔 모양이다. 간이숙소같은 모양이지만 아무래도 새로 지어진 건물이다보니 침대와 시설은 깨끗하다. 하지만 누군가가 화장실이라도 가는 경우엔 바로 밖으로 나가야하므로 무척 조심스럽다.

새벽4시에 눈을 떴는데, 조금더 자야할지 아니면 새벽부터 걷기시작할지 잠깐의 고민을 하다가, 어제 밤에 못본 별이 아쉬어 새벽길을 걷기로 했다. 조심스럽게 짐을 챙겨서 밖에 나오니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하늘에 은하수가 펼쳐져있고 셀수없는 별들이 하늘에 가득했다.

산티아고순례길을 시작할때, 완주와 함께 별을 실컷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순례길 처음부터 횡재라도 한듯 별들로 가득한 새벽길을 걷게 되았다.  밖을 나와 노란 화살표을 따라 걷기 시작하는데,  오래 걷지않아 나무가 울창한 숲길로 접어들었다.  핸드폰 손전등 기능을 켜서 불을 밝히면서 걷는데,  나무 숲에 가려 별도 보이지 않아 불을 꺼보면  암실속에 갖힌듯 완전한 어둠만 있다.  누군가 나올리 만무하고, 들짐승이 있는것고 아니지만 본능적으로 어둠속에 혼자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몰려왔다. 크게 "내주는 강한 성이요", "시편8편" 찬양을 부르면서 혼자만의 두려움을 떨쳐가며 몇십분을 걷다보니 숲을  벗어나 넓은 들판으로 나오게되었다. 마을에서 꽤 벗어난 위치이다보니, 먼산 외엔 전혀 시야를 가리는 것도 없고, 불빛도 없어 넓게 펼쳐진 온 하늘에 별이 가득했다. 너무 별이 많아 잘 알려진 별자리를
찾는것도 어려울 정도로 온하늘이 별들로 빛나고 있었다.  


그렇게 두어시간을 걷다보니 새벽 여명에 점차 별은 사라져가고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산 아래마을로 안개가 흐르는 모습에 걸음을 멈추고 몇분동안 그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8시쯤 작은 마을 성당앞에 도착해서, 어제 생장에서 먹다님은 바게뜨와 까망베르치즈로 아침을 먹었다. 눅눅하고 질겨져  익숙한 빠리바게뜨 빵같은 바게뜨를 뜯어먹다보니, 아침 길을 나서는 다른 순례자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처음에 맛있던 치즈도 어느새 역하게 느껴지고, 김치와 라면 생각이 가득해진다.

산길을 걷고 작은 마을 몇개를 지나쳐 걷다보니 수비리리는 조금 큰 마을에 이르게 되었다. 음료와 잘익은 복숭아 두개를  2유로에 구입해 막으면서 잠깐의 휴식을 취했다.

25km를 걸어 하루 목표치는 달성한 상태였지만, 같이 쉬며 이야기하던 미국인 아저씨가 여기 알베르게는 평판이 안좋고, 5km 더가면 나오는 라라소아냐가 파라다이스랑 말을 한다. 그말에 혹해서 5km쯤이야 라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하지만 정오를 지나 땡볕에 그늘도 없는 길을 걷다보니, 걸음은 느려지고, 그늘만 나오면 자꾸 쉬게되어 속도가 점점 늦어지게 되았다. 완전히 지쳐 걸어가는데, 작은 다리와 사진으로 보았던 마을이 니티났다. 다행히
알베르게에 자리가 있었고,  "파라다이스" 같은  숙소에서 샤워와 빨래를 하고 긴 하루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오늘은 레스토랑에서 제대로 음식을 먹으리라 생각했지만,  워낙 작은 마을이라 하나 있는 레스토랑은 쉬고, 마트는 7시까지민 열려있느니 재료를 사와서 요리해먹으라고  오스피탈로가 안내 해주었다. 마을을 가로질러 마트에 가보니 저녁거리를 만들어먹으려는 다른 순례자들로 기득했다. 마트라곤 하지만 5-6평 정도의  작은 마트였고, 살만한 것도 보이지 않았다. 스파게티 재료를 사는 사람, 샐러드거리를 사는 사람들 속에서  계란 6개 팩을 사들고 계산대 앞에 섰다. 아저씨가 어디서 왔냐고 물어. 한국이라고 얘기하니 무척 반가와하며 포도주 한잔을 건네 주며. "감사합니다" 라고 우리말로 인사를 했다. 나는 팟캐스트로 배워간 "무차스 그라시아스"라고 인사를 하고는 숙소로 돌아왔다. 주방에서 계란을 삶아  저녁으로 먹고, 내일 아침 식사거리를 위해 3개를 남겨두었다.

초저녁에 한시간 정도 잠들었다 일어났는데, 어깨와 다리, 온몸이 쑤셔온다. 겯는게 조금더 익숙해질때까진 너무 무리하지 않고 걸으려한다.

가족들 목소리가 듣고 싶어  카카오톡 보이스톡으로 연결해 아이들 목소리를 듣는다. 큰 녀석이 "그래도놀러간거잖아" 라며 약간은 심드렁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데, 그것마저도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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