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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hew Sep 03. 2016

여기서도 인생과 비슷하게 걷고 있었나보다

사리케게-라라소아냐-로르코, 9/1~9/2

새벽이나 아침에 걷는 것은 오르막을 오를 때 조차 늘 상쾌하다. 들판이든 산이든 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걷을때는 몸도 거기에 맞춰지는지 좋은 컨디션이 유지된다.  


하지만 안개비가 오던 피레네 산맥을 넘어선 이후론 오후 1,2시를 넘어서 걷는 일이 큰 고역으로 다가온다. 제대로된 나무 그늘하나 없는 들판을 5-6km씩 걸어야 하는 일이 어제 오늘 연달아 생기면서, 몸의 상태는 영 말이 아니다.  어쩌다 작은 나무 그늘이라도 보이면, 흙길에라도 바로 주저앉아 지친 몸을 달래려하지만, 물통의 물도 뜨거워져 물을 마셔도 갈증이 가시지 않는다. 게다가 몇일전 모자를 알베르게에 두고와서 모든 햇볕을 온몸으로 받다보니   맨살이 드러난 피부는 뻘겋게 익어가고, 선크림이 제대로 발라지지 않은 곳은 점점 따가와진다. 그나마 오늘은 조금 요령이 생겨 큰 스포츠타월을 물에 적셔  옛날 아주머니들이 스카프를 두르듯 머리에 싸매고 다니니, 물기가 있는 동안 만이지만  시원하게 느껴진다.


하루에 25km씩은 걷겠다고 목표를 잡다보니, 몸 상태로는 쉬어가야 하는 지점에서 쉬지않고 무리하게 되는 것 같다. 걷다가 몇번 얼굴을 마주친 한국인 한명과 마을 어귀의 수돗가에서 잠깐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내가 쉬었던 마을을 이약하니 다른 사람들이 보통 쉬어가는 곳보다 한두 마을씩을 더 가고 있단다. 이야기듣기로는 까미노를 걷다보면 속도가 맞는 사람들이 일행처럼 함께 움직이기도 한다고 들었는데, 묶는 곳마다 단 한명의 한국인을 만나지못했고, 외국인들 조차도 늘 낯선 사람들인 이유가 있었나보다.


뭔가 인생에서 뚜렸한 이정표를 정하고 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늘 오버페이스하며 지내온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여기서 걸으면서도 그러고 있나보다. 타고났거나 길들여진 성격이겠지만, 여기서라도 한 템포쉬어가는 훈련이 필요한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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