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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hew Feb 22. 2016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준다고?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긍정의 배신]

"정말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준다"는 한 정치인의 말과 사진이 우주를 배경으로 한 우스꽝스런 사진으로 편집되어 인터넷에 회자된 적이 있다. 그 정치인은 수많은 사람들의 조롱을 받았지만, 이런 유사한 주장은 긍정심리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마치 과학적인 학문인 것처럼 널리 퍼져 있는 것 같다. 


아침 방송이나 대기업에서 강연을 하는 인기 강사들의 주제를 봐도, 별반 다르지 않은 이야기들이 수많은 사례와 접목되어 전파되고 있다. 긍정적인 사고를 하면 장수하고, 심지어 암을 고칠 수 있고, 인간관계가 회복되고 성공이 찾아온다는 주장은 낯선 내용이 아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왜 이렇게 긍정적이지 못할까라며 질책해왔으니까...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긍정의 배신]은  "긍정적"이라는 긍정적인 말에, 부정적인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사람이 긍정적이어야지 좋은 게 아닌가,  긍정적이어서 나쁠게 뭐가 있는가라는 그동안의 생각과는 반대로 오히려 "긍정"의 해악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책에서는 많은 미국의 사례를 들고 있다.  긍정적 사고의 뿌리부터, 이런 주장이 기업과 사회와 교회까지 얼마나 퍼져있는지 이야기한다. 목사, 기업코치,학자 등 긍정학을 퍼트리는 사람들중 일부는 강연과 책으로 셀수없을 만큼 많은 재산을 쌓아가고 있는 모순도 보여준다. 책에는 없지만, 우리 나라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하다.  더욱 씁쓸한 것은 사회나 기업 뿐 아니라, 교회에서도 긍정적 사고가 마치 복음인것 처럼 선포되어지고 있고, 하나님마저도 나의 긍정적인 사고에 응답하는 지니와 같은 존재로 전락시켜 버리고 있다.


맹목적인 긍정이 가져오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우리의 눈과 귀를 닫아버리게 하는 것이다.  긍정적인 사고를 주장하는 이들은 주변 환경에 상관없이 우리가 긍정적이기만 하면 행복이 찾아올 수 있다는 가르침을 설파한다. 이런 관점에서는 한 개인이 실업자가 되던, 병이 걸리던지 간에  모든 문제들은 개인이 긍정적인 사고로 풀수 있는 개인적인 문제가 된다. 이런 사고가 퍼지게 되면 사회의 모순과 문제에 대해서 그 원인을 찾고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생각을 막고, 권력과 부를 움켜쥔 소수의 사람들의 기득권을 지켜주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작가는 주장에 강하게 공감되었다.  




무거운 주제이지만, 눈앞을 가리던 것이 열리는 것 같은 시원한 책이다. 긍정적인 것에 대한 비판을 한다고, 부정적인 사람이 되라는 게 이 책의 메시지는 아니다. 오히려 현실을 직시할 때,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게 더 "긍정적"인게 아닐까라는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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