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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토v Jun 20. 2020

조직을 바꾸는 경영 원칙 3가지

사람을 바꾸는  쉽게   없다.

 

 하지만 구조를 바꾸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게   있다. 통제의 영역에 둘 수 있는 것을 개개인의 역량에 맡기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구조와 체계에 집중하는 게 낫다.


 물론 무슨 일이든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조직 문화'를 무시하려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평소에 나는 반대 입장에서 늘 조직 문화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조직 문화는 통제가 가능한 영역이 아니라 흐름을 잘 관찰하고, 유도해야 하는 영역이다. 적어도 회사를 '경영'할 때에는 경영이 가능한 요소에 대해서 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사람을 바꾸는 건 쉽게 할 수 없다. 그래서 모든 이야기의 전제이자 선결 과제는 '채용'이다. 애초에 동기가 적은 사람을 뽑거나, 성장 욕구가 없는 사람을 뽑아놓고 억지로 동기 부여시키려고 해도 될 리가 없다. 구조와 체계는 가지고 있는 자원을 120% 활용하는 것이지, 없는 자원을 만들어내는 만능키가 아니다. 애초에 좋은 사람을 뽑는 게 우선이다.


 그다음부터는 구조와 체계에 달렸다. 실제로 관측할 수 있는 현상과 행동을 분석하고 실제로 변화시킬 수 있는 구조와 체계를 변화시킴으로써 조직을 경영한다.




구조로 경영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1. 현상과 행동을 관찰한다.
2. 구조와 체계로 변화시킨다.
3. 개인(사람)을 지운다.


이와 반대로 하고 있는 기업은 이렇게 한다.

1. 직원의 성격이나 문제점을 관찰한다.
2. 직원들의 마음을 바꾸려고 한다.
3. 그 문제는 그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조직을 경영할 때 자꾸 사람 이야기만 하면 뜬구름 잡는 철학적인 지향점만 논하게 된다. 모든 일에 철학이 가장 중요하지만, 철학만 있고 실용이 없으면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경영을 할 때에는 기본적으로 구조와 체계를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지금부터 구조로 경영한다는 게 무엇인지 하나씩 풀어보겠다.




1. 현상과 행동을 관찰한다.


 우리 조직은 수평적인가? 우리 조직은 성과 중심으로 일하고 있는가? 이러한 물음에 답하기 위해 많은 CEO들은 구성원들의 '마음'에서 답을 찾는다. 우리 팀원들은 수평적으로 일하고, 서로를 신뢰하고 있고, 각자 회사의 목표를 잘 이해하고 있고, 우리 회사는 최고의 복지가 사람이다 라고 이야기한다.

"자, 너도 의견을 내보라니까. 다 들어줄게. 일단 내 생각은 말이야~"

 하지만 실제로 조직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과 행동을 관찰해보면 썩 그렇지 못하다. 당장 회의 시간에 누가 가장 말을 많이 하는지 시간을 측정해보면 상급자가 80% 이상의 대화를 점유하는 팀도 있다. 서로 호칭은 수평적인데 정작 아래 직급이 새로운 안건을 발의하거나, 기존의 안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발언 빈도를 측정해보면, 거의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에게 물어보면 자신들은 수평적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주니어도 그렇게 말한다. 자기 나름대로 상급자에게 마음의 벽을 느끼지 않고 있고, 친하게 잘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문제를 바로 아는 것에서 시작한다. 조직의 민낯을 제대로 파악하고 싶으면 업무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과 행동을 관찰한다.




2. 구조와 체계로 변화시킨다.


 두세 번 반복해서 이야기했는데도 왜 직원들은 잘 변하지 않을까? 옆 팀이랑 협업을 좀 해라, 자료 좀 아카이브(archive) 잘해놔라, 준비물품 좀 꼼꼼하게 체크해라 등등 아무리 말해도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이유는 통제 가능한 변수를 내버려 둔 채로 직원들의 '마음'에만 호소했기 때문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잠깐 짚어보자면, 사회는 어떻게 변하는가? 대중의 인식이 바뀜으로 인해서 사회도 바뀌는가, 아니면 법이나 제도, 경제 구조, 기술 발달 등의 물질적인 조건이 바뀌어서 그에 맞게 대중의 인식도 바뀌는가? 굳이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는다면 당연히 둘 다 상호작용하며 사회는 변할 것이다.

 하지만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사람은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일개 개인이나 조직이 대중의 인식, 개인의 마음, 사고방식, 가치관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사람은 분명 변하지만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인식 개선에도 힘을 쓰되, 실제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구조와 체계에도 집중해야 한다. 사람들은 행동 양식이 바뀌면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해 스스로의 인식도 바꾸곤 한다.

"우리 직원들은 사무실에서 왜 이렇게 경직되어 있지? 자유롭게 대화도 좀 하면 얼마나 좋아. 다들 소심해."

 CEO도 마찬가지다. 직원들의 인식이나 성향을 바꾸는 건 어렵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 양식은 통제 가능한 변수다. 협업을 잘하게 만들고 싶다면 팀 간에 서로 업무를 공유하게 만들거나, 프로젝트에 관계된 다른 팀원도 정기 회의에 참석하도록 정례화하거나, 협업 및 조직 기여도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게 낫다. 협업하라고 백날 말해봤자 사람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


 ※ 사람을 변화시키는 걸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다. 뜬구름만 잡지 말고 현실적인 물리적 조건(구조/체계)도 같이 바꿔나가라는 얘기다. 간단한 협업 규칙조차 하나도 없으면서 직원들에게 말만 협업 잘하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3. 개인(사람)을 지운다.


 사람과 관계를 맺는 활동을 제외하고는 경영에 있어서 개인(사람)을 배제하고 판단하는 게 좋다. 사내 정치는 어디서 시작하는가? 어떠한 현상의 원인을 개인의 성향이나 기질에서 찾을 때 생겨난다. A라는 사람이 문제를 제기하면 "A가 제기한 문제를 해결해줘야 할 텐데", "A는 불만이 많은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는 식이다. 경영하는 입장에서 문제가 발생한 원인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문제를 제기한 A라는 사람의 성향이나 기질에서 원인을 찾는 것이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는 게 아니라 A라는 사람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고, 결국 조직의 문제는 상대적으로 등한시된다.

"누구야? 누가 얘기했어? 누가 문제야?"

 회의를 하거나 업무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의견을 제시했을 때 그 사람의 의견 내용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누가 한 말인지'에 집중하는 순간 정치 싸움이 시작된다. 평소에 그 사람에 대해 갖고 있던 나의 태도와 생각들이 이성적인 판단을 훼방 놓는다. 이렇게 습관적으로 사람에 대해 평가하는 사람과 일하려면 평소에 그의 눈에 잘 들어놓거나, 관계를 잘 맺어야 한다.


 수평적인 대화도 어렵다. '누가 한 말인지'에 집중하기 때문에 CEO가 낸 의견이나 주니어가 낸 의견이 다르게 대해진다. 정치적인 조직에서는 회의 때 주니어가 "~방식을 바꿔보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하면 모든 구성원들이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든다. 반면 상급자가 똑같은 이야기를 하면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 노트/노트북만 바라본다. 누가 한 말인지에 집중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업무에 대해 피드백을 줄 때도 사람에 대해 피드백 주는 것은 '인격 모독'이 되기 쉽다. 주니어가 OO라는 물품을 실수로 빼먹고 준비하지 않았을 때 "너가 칠칠맞아서", "너가 귀찮아서 대충 체크한 거 아니야?", "꼼꼼하게 좀 체크해"라고 하는 건 그 사람에 대한 평가다.


 반면 사람을 지우고 현상과 행동에 대해서 피드백하면 이렇다. "체크리스트에 누락된 항목이 있었네", "더블 체크를 하기로 했는데 왜 하지 않았어?" 등등 문제를 저지른 사람에게서 원인을 찾는 게 아니라 현상과 행동에서 원인을 찾는 방법이다. 사람을 공격하면 그는 상처 받을 뿐이지만 드러난 현상과 행동을 피드백하면 그는 성장한다.


 Egoless는 경영자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다. 정말로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으면 드러난 현상과 행동, 구조, 체계를 점검하는 게 좋다. 그냥 문제를 눈 앞에서 지우고 싶으면 사람을 공격하면 된다. 실무 때문에 성과를 내기에도 바쁜데 자꾸 문제가 되는 구성원이 있다면 그 구성원을 갈구고, 더 열심히 하도록 쪼아대고, 그 사람의 실력이나 성격을 문제 원인으로 삼으면 간단하게 해결된다. 문제가 드러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어찌 사람을 배제하고 구조와 체계에만 신경 쓸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구조주의로 경영한다는 말은 잘못된 표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조주의라는 거창한 표현을 쓴 이유는 뜬구름 잡는 것보다야 낫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교실을 떠올려 보라. 학생들한테 궁금한 거 있으면 손 들고 질문하라고 수백 번 얘기해도 손 드는 사람이 없다. 그 문제 원인을 대체 언제까지 학생에게서만 찾고 있을 것인가? 학생들이 남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고, 소심하고, 틀릴까 봐 겁을 낸다는 거라든지, 그게 대한민국 사회에 팽배한 문화라는 설명은 타당하지만 실용적이지 못하다. 당장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질문을 더 하게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

"왜 아무도 질문을 안 하죠? 편하게 질문하세요"

 작은 규칙 하나만 만들어도 해결할 수 있다. 포스트잇을 나눠주고 각자 궁금한 질문을 다 적으라고 한 다음 앞으로 걷어서 모으면 된다. 손 들고 질문하는 형태의 문답 '구조'를 부담스럽지 않은 형태의 익명 질문 '구조'로 바꾼 것이다. 조직도 사회도 마찬가지다.


 뜬구름 잡는 '핵심 가치 십계명' 같은 것들을 프린트해서 붙여놓는다고 끝이 아니라, Task가 공유되는 업무 보고 방식, 자료를 아카이브 하는 체계와 프로세스, 다른 팀과의 협업 규칙, 회의 방법론 등과 같은 실제 하고 통제 가능한 변수들 먼저 경영의 범주에 올려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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