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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와 다투는 것은 상사와 다투는 게 아닙니다

by 좋은남편연구소

길지도 짧지도 않은 직장생활은 돌이켜 보면 저는 '고분고분한 후배'는 아니었습니다. 솔직히... 지금도 아닙니다. 얼굴에 기분이 잘 드러나는 편이고(그래서 주변에 누나들이 제가 군대 가는 걸 많이 걱정했지요), 아니다 싶은 상황이면 가끔(!) 한 말씀 올리기도 합니다.


첫 번째 직장에서 면접 도중 면접관에게 '그러면 자르시던가요'라고 대답을 해서 입사 후 한동안 관심 사원(!)이 되었고(감사하게도 그분과는 지금까지 잘 연락하고 지냅니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는 임원께 '그럼 어떻게 할까요'라는 말대답 해서 혼나기도 했고(그분과도 마찬가지로 잘 지냅니다), '누가 책임질 거냐'는 팀장님 질문에 '제가 책임질게요. 보고서 제가 썼으니까요.'라고 해서 화를 돋우기도 했습니다.


당장은 속이 시원할 수도 있고 주변 동료와 후배들이 '와우!'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상사와 불편한 관계를 갖고 가는 것은 직장인에게 결코 권할 일은 아닙니다. 본인의 고과권을 갖고 있는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1차적인 이유도 있지만, 추가로 본인의 평판에 좋지 않습니다. 상사와 다투는 후배를 보는 선배들은 그 상황에 대해서 이해하면서도 '마냥 좋게'보진 않기 때문이죠. 특히나 수직적인 문화를 갖고 있는 기업이라면 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체 불가능한'사람이 되면 상관없다 생각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능력자는 많지 않을뿐더러 그런 능력자라면 더욱 평판을 신경 쓰는 게 좋습니다.


만약 본인이 상사와 다퉜다면 사과를 권합니다. <쿨하게 사과하라>의 저자인 김호 대표는 '사과는 패자의 언어가 아니라 리더의 언어'라고 했습니다. 저는 사과를 리더(가 되는 과정)의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된 사과는 자신의 솔직한 감정 표현을 할 수 있는 기회이자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합리적이라는 이유로, 효율적이라는 이유로, 솔직함이라는 이유로 상대방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 것은 사과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마음의 상처를 공감한 사과는 당신의 마음을 더욱 넓고 깊게 성장시키는 기회가 될 거라 믿습니다.


제가 했던 사과들을 말씀드리면 '팀장님, 버릇없는 태도로 말씀드려 죄송합니다. / 부장님, 좋은 기회를 주셨는데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죄송합니다. / 상무님, 저의 부족한 부분을 알려주셨는데.. 어린애같이 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등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리더가 된 후에는 후배들에게 사과를 해야 할 일이 많이 생깁니다. (사과하지 않는 선배들이 얼마나 비겁하고, 무책임하게 보이던가요) 그러니 후배였을 때 선배에게 사과하는 경험을 쌓아두는 것도 좋습니다. 그게 덜 힘들거든요.


리더와 다투는 것은 리더 1명이 갈등의 상대가 아니라 조직 전체일 수도 있고, 나 자신일 수도 있습니다. 맞지 않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쉽진 않지만 거시적으로 미시적으로도 한번 고민해 볼 가치는 있지 않을까요? 직장인 여러분의 건승을 빕니다.


Small things often.


* 직장생활에 맑은 날만 있긴 어렵지만.. 그래도 마음만큼은 맑고 밝고 자신 있게!!


[직장생활 관련 글은 제가 근무하는 회사와는 관계가 없고, 개인적인 의견임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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