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말연시에는 주요 그룹사 임원인사 발표가 실시간 검색어에 뜹니다. 주요 대기업의 사장단 인사는 신문 기사에도 실립니다. 하지만 기사 이면에는 집으로 가는 퇴임임원들이 있습니다. 한정된 자리이기 때문에 승진한 사람만큼 떠나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굳이 임원이 아니어도 회사라는 조직 특성상 선배들의 이직이나 사업 같은 새로운 시작으로 헤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물론 본인이 떠날 수도 있지요.
자신이 직장인으로 성장하는데, 업무를 잘 하게 되는데 큰 힘을 준 선배.. 막상 회사에서 근무할 때는 어렵기만 했지만 가끔씩 회의실에서 보면 엄청난 통찰력과 리더십을 보여준 임원.. 학교 친구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은 동기.. 돈을 벌러 들어왔지만 사람 때문에 울고 웃는 것이 직장이지요. 사람 때문에 떠나기도 하지만 사람 때문에 남기도 합니다.
굳이 '회자정리(會者定離)' 같은 표현을 쓰지 않아도 우리는 헤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인연까지 끊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동년배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같은 SNS로 연결되어 지속적으로 교류를 할 수 있지만 조금 나이차가 있는 선배님이나 임원분들과는 인연을 지속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분들이 SNS를 하실 수도 있지만 그런 곳에는 꼭 연결하고 싶지 않는 분들이 '함께 아는 친구'로 있기 마련이죠)
그런 선배들에게는 '뜬금없는 안부문자'를 추천드립니다. 설날, 추석, 성탄절 같은 안부문자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기에는 one of them이 되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3월에 '새해 계획하신 일을 꼭 이루시길 바란다', 6월에 '더위에 건강 유의하시라', 8월에 '휴가 잘 다녀오시라', 11월에 '추위에 건강 유의하시라' 같은 문자를 1년에 서너번 계속해서 보내는 겁니다. 이런 시기에 받는 안부 문자는 only one이기 때문에 기억에도 남고 고맙기도 할 뿐만아니라 답신도 더 잘 받을 수 있습니다. 임원시절에 수많은 문자와 전화를 받았지만 떠나고 나서도 계속 찾는 후배는 많지 않으니까요.
지금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동료가 있다면, 존경하는 선배님이 있다면 꼭 전화번호를 저장해두실 것을 권합니다. 회사 인트라넷에서 언제나 검색할 수 있다고 저장해 놓지 않다가 퇴직하고 나면.. 연락처 저장해 두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될 겁니다. 좋은 사람을 주변에 많이 그리고 오래 두는 것은 가장 확실하게 행복한 인생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많지 않고, 그런 사람은 항상 곁에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꾸준하게 Keep in touch하시길 바랍니다.
Small things often.
* 구불구불 골목길 같은 직장생활을 떠나는 날이 저에게도 오겠지요??
[직장생활 관련 글은 제가 근무하는 회사와는 관계가 없고, 개인적인 의견임을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