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지 않을 것 같은 날들의 연속이다' 동생이 수능 전날 저에게 했던 말입니다. 그 후로 방학이 끝날 때면, 연휴가 끝날 때면 매번 떠오릅니다. 아.. 벌써.. 명절 치고는 조금 아쉬운 나흘간의 연휴가 이제 끝납니다. 고향도 다녀오고, 친구들도 만나고, 어딘가로 떠났다 오신 분들도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날입니다.
오늘 저녁 식사는 아내를 위해 차려보시면 어떨까요?
명절 동안 고생한 아내를 위해 마지막 식사는 남편이 차려보는 겁니다. 아직은 명절에 준비한 음식이 남았을 때라서 푸짐한 상차림을 준비하는데 어렵지 않거든요. 게다가 요즘 분위기가 사람 많은 쇼핑몰에 가는 것은 꺼려집니다. 지겹지만 집밥을 먹을 확률이 높은데.. 남편이 차린다면 '외식 하는 느낌(?)'정도는 낼 수 있지 않을까요?
상차림이라고 해도 사실 큰 일은 아닙니다.
냉장고에 있는 모둠전은 레인지에 돌리고, 갈비나 잡채는 물을 살짝 넣고 약불에 데우고, 남은 국은 다시 끓입니다. 냉장고에 있는 반찬을 접시에 옮기면 한상이 차려집니다. 밥이 없으면 햇반을, 국이 없으면 햇반 사는 김에 같이 사 옵니다. 굳이 뭔가 만들려고 냉장고를 뒤적이면서 아내에게 '참기름 어디 있어?'라고 물어보면 곤란합니다.(물론 참기름 정도는 위치를 알고 있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상차림의 마지막은 설거지까지 입니다.
상차렸다고 자리에 일어나 어깨 으쓱하고 소파에 앉으면 말짱 '꽝'입니다. 상차림의 마지막은 그릇을 정리하고, 식탁을 훔친 후에 설거지를 하고 싱크대 물기를 제거한 후에 행주를 빨아서 싱크대에 걸어 놓는 것까지입니다. 만약 식사 준비가 어렵다면 마무리만 하셔도 의미와 효과가 있을 겁니다. 2시간 정도 후에 싱크대를 보면 뭐 먹은 것도 없는데 그릇 몇 개가 보일 겁니다. 집안일이 그렇듯.. 끝이 없지요.
사실 집안일은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경제활동의 주체와 상관없이 말이지요. 하지만 아직도 많은 남편들이 집에서 쉬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듯합니다. 물론 어떤 남편들은 도와주고 싶지만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비겁한 변명이라고요?)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니 오늘같이 난이도가 낮은 날엔 한번 '도전!' 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경험이 쌓여야 뭘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Small things often.
* 지난 1월 1일 아침에 딸아이가 저를 위해 차려놓은 아침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