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부터 착한 놈이 어딨어요(웃음)? 제가 사실 입도 거칠어요. 그런데 방송하려니 도리가 없어요. 겸손한 척, 착한 척, 순화해야지. 방송에서 하던 대로 밖에서도 말하니, 처음엔 직원들이 "어디 아픈가?" 했대요(웃음). 참 이상한 게, 사람들이 저의 ‘척'을 진심으로 받아주니까, 자꾸 ‘이런 척' ‘저런 척' 더 하고 싶어 져요. 그렇게 출연료, 광고료 여기저기 기부도 하면서 마음 부자가 돼가요. 저 원래 그런 놈이 아닌데, 점점 ‘척'대로 되어가요(웃음)."
지난 주말에 인터넷에서 많이 공유된 백종원 대표의 인터뷰를 보면서 '좋은 아빠가 되는 법, 좋은 선배가 되는 법'도 이런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원래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고 해도 '척'하면서 계속하는 것, 그러다가 좋은 피드백을 받고, 그런 '척'을 더 열심히 하다가 진심이 되는 것 말이죠.
딸을 키우면서 제가 얼마나 참을성이 없는지, 약자에게 '강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좋은 관계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스스로 다짐을 해봐도 막상 아이와 있을 때는 아이의 감정보다 행동을 보게 되고, 공감보다는 교정을 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하루에 몇 시간 같이 있지 않으면서 아이와 티격태격하고 아이는 '아빠는 재미없다, 아빠는 화를 낸다'면서 엄마를 찾습니다. 하루 종일 아이를 보느라 피곤한 아내는 다시 연장근무를 하는 셈이 됩니다. 악순환인 거죠.
그렇지만 아이와 항상 싸운 것은 아닙니다. 아이와 좋은 시즌(?)을 보낼 때를 조심히 살펴보면, 아이의 말을 들어주고(그게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도),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고(아이의 상태를 고려해서), 위험한 일에서는 단호하고(나 자신도 그 기준을 준수하면서),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도 칭찬한 순간들이었습니다. 그런 때는 아이가 저를 기다리고 저도 아이를 기다리게 됩니다.
아이를 키우다가 부모님 생각은 정말 자주 나는데, 문득 선배들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주니어 시절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할 때 들어준 선배, 정신적으로 힘들 때 이해해준 선배, 본인이 먼저 기준을 지킨 선배, 지나가다가 슬쩍 과정을 칭찬해준 선배.. 수많은 어려움에서도 지금까지 직장생활을 한 건 그 선배들의 가르침 덕분이었습니다.
어쩌면 좋은 남편, 좋은 아빠, 좋은 선배가 되는 '비법 소스'는 한 가지 아닐까.. 싶습니다. 만들기 쉽겠쥬? 어딘가에 있겠쥬?
Small things often.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01/2020020100268.html
* 아끼는 다이어리에 조금뿐인 스티커를 이렇게 다 써버려도 '귀엽네' 하고 웃었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