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에 자장가에 대한 이야기를 얼핏 들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잠들 시간에 특정 노래를 계속 틀어주는 겁니다. 시간이 지나 그 노래를 틀어놓으면 아이가 잠을 잘 자게 된다는 겁니다. 처음엔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다가 '인간이 파블로프의 개도 아니고 그게 가능할까' 의아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기상나팔 소리를 들으면 자리를 일어나 모포를 갤 것 같긴 합니다만.. 하핫..
몇 년 후에 지인에게 자장가에 대한 경험담을 들었습니다. 자신의 아들에게 노래(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를 꾸준히 들려줬더니.. 그 노래가 들리면 잠들 시간이라는 것을 아이가 인지한다고 하더군요. 문제는 아이가 노래를 듣는 순간 귀를 막으며 '싫어. 그 노래 틀지 마. 안 잘 거야!!'라고 한다는 겁니다. 남의 집 이야기라 '하하하'하고 웃고 넘겼지만 몇 년 후에 저희 집 고민이 되었지요.
아이가 태어나고 긴 잠을 자기 시작할 무렵부터 저희 부부도 아이에게 '자장가'를 들려주기로 했습니다. 아내가 선택한 노래는 피아노 곡인데 시작부터 끝까지 드라마틱한 전개가 없어서 반복 재생해도 언제 끝난 건지 알 수 없어서 참 좋았습니다.(아래 링크를 올려놓았으니 자장가를 찾는 분은 들어 보시길 바랍니다. ) 주변의 실패사례를 이미 들었기 때문에 '노래와 잠'을 일부러 연결시키지는 않았고, 자연스러운 BGM정도로 크지 않은 볼륨으로 수면 분위기를 조장했습니다.
3년간 자장가를 재생한 지금까지의 결론은 '음악을 들어서 자는 게 아니라 피곤해서 잔다'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저한테 일어났습니다. 피곤해도 그 노래가 없으면 잠이 잘 오지 않는다는 거죠. 파블로프의 개는 저였.. 흑흑.. 어느 날 쉽게 잠을 못 이루는 저에게 아내가 '노래 틀어줘요?'라고 하면서 '자장가'를 재생해줬고, 저는 바로 꿈나라로 갔습니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그렇게 '자장가를 들으며 잠드는 중년'이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