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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Feb 10. 2020

자장가를 들어야 잠드는 아빠가 되었습니다

결혼 전에 자장가에 대한 이야기를 얼핏 들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잠들 시간에 특정 노래를 계속 틀어주는 겁니다. 시간이 지나 그 노래를 틀어놓으면 아이가 잠을 잘 자게 된다는 겁니다. 처음엔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다가 '인간이 파블로프의 개도 아니고 그게 가능할까' 의아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기상나팔 소리를 들으면 자리를 일어나 모포를 갤 것 같긴 합니다만.. 하핫..


몇 년 후에 지인에게 자장가에 대한 경험담을 들었습니다. 자신의 아들에게 노래(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를 꾸준히 들려줬더니.. 그 노래가 들리면 잠들 시간이라는 것을 아이가 인지한다고 하더군요. 문제는 아이가 노래를 듣는 순간 귀를 막으며 '싫어. 그 노래 틀지 마. 안 잘 거야!!'라고 한다는 겁니다. 남의 집 이야기라 '하하하'하고 웃고 넘겼지만 몇 년 후에 저희 집 고민이 되었지요.


아이가 태어나고 긴 잠을 자기 시작할 무렵부터 저희 부부도 아이에게 '자장가'를 들려주기로 했습니다. 아내가 선택한 노래는 피아노 곡인데 시작부터 끝까지 드라마틱한 전개가 없어서 반복 재생해도 언제 끝난 건지 알 수 없어서 참 좋았습니다.(아래 링크를 올려놓았으니 자장가를 찾는 분은 들어 보시길 바랍니다. ) 주변의 실패사례를 이미 들었기 때문에 '노래와 잠'을 일부러 연결시키지는 않았고, 자연스러운 BGM정도로 크지 않은 볼륨으로 수면 분위기를 조장했습니다.


3년간 자장가를 재생한 지금까지의 결론은 '음악을 들어서 자는 게 아니라 피곤해서 잔다'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저한테 일어났습니다. 피곤해도 그 노래가 없으면 잠이 잘 오지 않는다는 거죠. 파블로프의 개는 저였.. 흑흑.. 어느 날 쉽게 잠을 못 이루는 저에게 아내가 '노래 틀어줘요?'라고 하면서 '자장가'를 재생해줬고, 저는 바로 꿈나라로 갔습니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그렇게 '자장가를 들으며 잠드는 중년'이 된 것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79qdqYZA-0


자장가 선택 및 세팅 tip을 드리자면

1. 보컬이 없는 잔잔한 피아노 곡이 좋습니다. 기승전결이 분명한 곡은 지겨워지니 심심한 곡으로 선택하세요.

2. mp3파일을 가능한 다양한 곳에 저장해 놓아야 합니다.

   - 본인과 배우자 휴대전화는 물론이고  

   - 구형 휴대폰을  전용으로 만다는 것도 좋습니다.

   - 자동차 내비게이션에도 저장해 놓으면 야간 운전에도 든든합니다.

3. 파일을 저장할 때 play list를 별도로 만들어서 갑자기 다른 노래가 나오지 않도록 세팅해 놓아야 합니다.


Small things often.



* 참 신기한 자세로 잠을 잘 잤던, 잘 때가 가장 귀여운 녀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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