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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Jan 11. 2020

태명으로만 불러 본 아이를 떠나보낸 후배 I 에게

아빠가 된다고 조심스레 말한 게 얼마나 지났다고.. 슬픈 소식을 듣네요. 후배님도 놀라고 아쉽고 슬프겠지만 아내분을 위로하고 격려해주시길 바랍니다. 좋은 일에 축하를 더 해주는 것도 좋지만, 슬픈 일에 제대로 위로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한 법이니까요.


아내가 자책하지 않도록 위로해주세요.

임신인 줄 몰랐을 때 다녀온 여행 때문은 아닐까, 여행지에서 마신 술 때문은 아닐까, 요즘에 외출을 너무 자주 다닌 건 아닐까.. 짐작컨데 아내분의 머릿속에서는 모든 원인과 책임의 화살표가 자신을 향하고 있을 겁니다. 이번 일은 자신의 몸속에서 일어난 일이라 어떤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고, 원망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렇지만 후배님은 아시잖아요. 그건 아내분의 책임이 아닌 것을 말이죠. 그러니 아내분에게 '나는 너 때문이라고 생각 안 한다'라고 꼭 말해주세요.


아내에게 잊으라고 강요는 하지 마세요.

어떤 드라마인지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쿨하다는 건 쿨할 수 없을 때 쿨하지 않은 거야.'라는 대사를 기억합니다. 지금은 아내분이 쿨할 수 없을 때입니다. 지난 몇 주간 아내분에게는 정말 '특별한' 순간들의 연속이었을 겁니다. 아들일까, 딸일까.. 어떤 아이일까.. 혼자서 상상을 하면서 미래를 꿈꿨을 테니까요. 그 꿈이 한순간에 깨진 겁니다. 그러니 어쩌면 울고, 화내고, 소리치는 게 자연스러울 수 있습니다. 밀려오는 슬픔을 막을 수도 없고, 막을 필요도 없습니다.


아내 곁에서, 아내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가능하면 당분간 일찍 귀가해서 아내 곁을 지켜주세요. 그저 곁에 있는 것이 가장 큰 힘이 될 겁니다. 그렇다고 그냥 곁에만 있지 말고, 집안일도 하고 아내가 좋아하는 간식도 사 갖고 들어가세요. 만약 아내분이 원한다면 혼자 또는 친구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하셔도 좋습니다.


인생이라는 여행에서 만나고 헤어짐은 반복되지만 매번 슬프고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지요. 게다가 엄마와 자녀로 만난 다는 것은 우리 남자들이 상상할 수 없는 깊고도 넓은 세계인 듯합니다. 아내분께서 슬픈 감정을 다 쏟아내고 '애도'의 시간을 지나면 다시 돌아올 겁니다. 그때 두 분의 관계가 더 성숙해지기를 기도했고, 기도하겠습니다.  


Small things often.


ps.

오늘 이야기는 얼마 전 슬픈 소식을 들려준 후배에게 메신저로 한 이야기입니다. 이 글을 쓰고 (실명이 나오진 않지만) 발행하기 전에 후배에게 내용을 보여주고 허락을 받았습니다.


* 삶이란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지고 누군가는 다시 만나고 또 누군가는 다시 헤어지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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